[맞춤법의 재발견]<25> ‘완전 좋다’는 틀린 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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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명사의 부사형 사용법

‘완전’이라는 말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면서도 잘못 쓰는 빈도가 높은 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완전 좋다(×), 완전 좋은(×)
―완전 끌린다(×), 완전 끌리는(×)

이 예들은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이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명사, 부사, 동사, 형용사’와 같은 문법 용어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문법 용어를 싫어한다. 왠지 더 복잡해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름을 안다는 것은 유용한 일이다. 누구와 친해지고 싶다면 이름을 먼저 익혀야 한다. 마찬가지로 문법이나 맞춤법을 제대로 익히고 싶다면, 문법이나 맞춤법에서 유용한 이름인 용어들을 익히는 것이 빠른 길이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려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실제로 위의 ‘완전’에 관한 문법을 익히는 데 필요한 용어는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용어들과 함께 예문을 보자.

예에서 ‘완전’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짚어 보자. 여기서 ‘완전’은 ‘좋다’라는 형용사와 ‘끌리다’라는 동사를 꾸민다. 문법에서 이렇게 동사, 형용사를 꾸미는 품사는 원래 뭘까? ‘부사’다. 이것은 우리말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말을 배울 때나 통용되는 질서다. 부사는 이렇게 동사, 형용사를 꾸미기도 하고, 때로 문장 전체를 꾸미기도 한다. 이를 예문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완전’은 부사여야 한다.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완전’을 사전에서 찾아보자.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음’을 뜻하는 명사다. 그리고 명사는 동사, 형용사를 직접 꾸미지 못하는 품사다. 이 ‘완전’을 포함한 예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완전’과 비슷한 말로 증명해 보자. 명사 ‘완전’과 비슷한 말인 ‘완벽’, ‘무결함’으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완전 좋다(×) → 완벽 좋다(×), 무결함 좋다(×)
―완전 끌린다(×) → 완벽 끌린다(×), 무결함 끌린다(×)


이 문장들이 이상해 보이는 이유는 문장 안의 ‘완전’이나 ‘완벽’, ‘무결함’이 주어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문장 속에서 명사는 주로 주어나 목적어의 역할을 하니까. 그러니 ‘완전 좋다, 완전 끌린다’는 우리가 의도하듯 ‘정말 좋다, 정말 끌린다’의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 그냥 ‘좋다’나 ‘끌린다’의 주어로 해석되는 것이다. 사전적 질서대로 명사라면 그렇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해보자. 명사가 동사, 형용사를 꾸미는 경우는 없을까? 물론 있다. 하지만 명사가 이 품사들을 꾸미려면 다른 장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명사인 ‘학교, 거리, 철수’로 동사, 형용사를 꾸며 보자.

―학교에서 잤다.
―거리로 나갔다.
―철수에게 물어보아라.


이 명사들은 ‘에서, 로, 에게’가 없이는 서술어를 꾸밀 수 없다. ‘완전 좋다’라든지, ‘완전 끌린다’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그러니 문법적으로 틀린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까? 부사의 역할을 하게 하고 싶다면 부사나 부사 역할을 할 수 있는 말로 수정해야 한다. 그것을 이용해 앞의 예들을 수정해 보자.

―완전 좋다(×), 완전 좋은(×)
→ 완전히 좋다, 완전히 좋은, 완전하게 좋다, 완전하게 좋은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완전 좋다#완전히 좋다#명사의 부사형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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