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7> U2를 기다리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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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은 이따금,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그들과 같이 울어주고, 때로는 대변인이 되어 그들의 상처를 세상에 알리기도 한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 밴드 U2와 리드 보컬 보노의 음악은 좋은 예다.

보노는 1998년 2월 11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있었던 공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부탁합니다, 피노체트 씨. 이 어머니들에게 자식들이 어디 있는지 말해주세요. 어머니들이 자식들을 묻고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칠레가 과거와 작별할 수 있도록,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만 말해주세요.”

공연은 U2의 요청으로 칠레 전역에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슈퍼스타의 힘이었다. 보노는 독재자 피노체트가 공연을 보고 있기라도 하듯, 간절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지만 같지는 않아요”라는 말이 반복되면서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는 불후의 명곡 ‘원(One)’을 부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연인들의 상처와 어머니들의 상처가 그의 목소리에서 교차했다.

노래가 끝나고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보노는 자식들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무대에 서 있던 어머니들을 마이크 앞으로 나오게 하더니 자식에 관해 한마디씩 하게 했다. 그리고 노래를 시작했다. ‘한밤중에 아들딸을/우리에게서 빼앗아 갔어요./그들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요./바람 속에서 그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요./빗속에서 그들의 눈물이 보여요./아들들이 발가벗은 채 나무에 있어요./딸들의 울음소리가 벽 사이로 들려요./빗속으로 그들의 눈물이 보여요.’

보노가 1986년 남아메리카에 갔다가 자식을 잃은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칠레의 어머니들에 대해 듣고 마음이 동해 만들었다는 노래 ‘사라진 사람들의 어머니들’이었다. 노래가 끝나갈 무렵, 그는 다시 어머니들에게 마이크를 양보했다. 자식의 이름을 아직 부르지 못한 어머니들을 위한 배려였다. 사람들이 내내 울었다. 그것은 대중음악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U2와 보노의 따뜻한 음악은 그들이 상처의 삶과 역사를 살아온 아일랜드 출신이어서 가능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점에서는 한국이 아일랜드에 훨씬 더 가까울 텐데, 그들은 일본에는 스무 번이 넘게 왔으면서도 한국에는 오지 않았다. 모르는 것일까? 그들이 상처가 많은 한국의 어머니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언제 들어도 가슴이 둥둥거리는 ‘그대가 있든 없든(With or Without You)’을 덤으로 불러주며.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u2#보노#사라진 사람들의 어머니들#with or withou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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