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최초 보고시간을 사후 조작하고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도 불법 변경했다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어제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는 본래 국가안보실장이 국가 위기상황의 종합 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고 돼 있지만 7월 말 김관진 안보실장 지시로 “국가안보실장은 안보 분야, 안전행정부 장관은 재난 분야의 위기를 종합 관리한다”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당시 정부가 좀 더 신속하고 현명하게 대처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을 비극이었다. 당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 머물며 상황을 보고했던 김장수 안보실장은 책임론이 번지자 4월 23일 “재난의 컨트롤타워는 국가안보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7월 “(재난의) 최종적인 지휘본부는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이 본부장이 되는 중앙재난대책본부장”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거짓 증언을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 지침까지 무단 변경했다면 묵과할 수 없는 범죄다. 법제처장 심사 등 절차 없이 기존 대통령 훈령에 빨간 줄을 긋고 수정한 지침을 내려보냈다면 국가 법체계조차 깡그리 무시한 ‘제도 조작’이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은 국회 탄핵 소추안에 탄핵 사유의 하나로 포함된 사안이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올 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제출 자료에서도 오전 10시에 첫 보고를 받고 10시 15분 사고 수습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실장 주장대로 오전 9시 30분에 첫 보고를 받고, 박 전 대통령의 ‘기민한 지시’를 강조하기 위해 오전 10시로 반년 뒤인 10월 23일 일지를 조작했다면 대(對)국민 기만행위이고 공문서위조 범죄에 해당한다.
물론 청와대의 폭로 시점에 불편한 느낌은 없지 않다. 16일 박 전 대통령의 6개월 구속만기를 앞두고 구속 연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렇다고 해도 ‘박근혜 청와대’가 미증유의 참극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팩트를 조작하고 법령까지 손댔다면 임 실장이 지적했듯이 ‘가장 참담한 국정 농단의 표본적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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