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년여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시황제(習皇帝·Emperor Xi)’라 칭하며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한국인에게는 중국 최초의 황제이자 절대 권력자인 진시황(秦始皇)을 연상케 하는 이름이다. 타임은 “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이 인민을 일어나게 했고, 2세대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인민을 부유하게 했다면, 시진핑은 인민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당 기관지 런민일보를 인용했다. 그의 권력은 3, 4세대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를 능가한다.
▷타임지가 중국 권력구도 변화를 앞질러 제대로 봤다. 사정(司正)의 칼날로 시 주석은 황제의 길을 닦았다. 3년 넘게 ‘사정 대장정’이 지속됐다. 측근 왕치산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뚝심을 발휘했다. 문화혁명 때 하방(下放)의 시련을 경험한 시 주석은 무서운 사람이다. 자기 머리 위에도 칼을 매달았다. 중국 감찰 수사기관에 “(자신도 포함해) 도청하라”고 지시했다. 장쩌민 같은 당 원로든 누구든 비리가 포착되면 예외가 없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상무위원을 지낸 당 원로급이나 최고 지도부는 사정의 예외였다. 그 관행을 깨자 권력은 시 주석에게 집중됐다. 18일 열리는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를 거쳐 시 주석은 사실상 중국의 새 황제로 등극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60, 70대는 마오, 40, 50대는 작은 거인 덩, 40대 이하는 시진핑 팬이다. 눈앞에 다가온 중국 권력 이동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왕 서기의 거취다. 왕 서기는 권력 무대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시진핑 권력이 약화되진 않을 것이다.
▷시진핑 독주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라는 중국의 전통적인 의사결정 시스템도 바꿀 것이다. 시 주석은 개혁·개방을 이끈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와 달리 공산당 일당독재를 강화한다. 보수 회귀다. 취임 직후 민주·언론자유 등 보편 가치를 대학가에서 논하지 못하게 ‘칠불강(七不講)’ 조치를 한 바 있다. 개혁·개방을 대표하는 광둥성을 찾아선 “소련이 붕괴된 것은 그들의 이상과 신념이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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