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의 카를 마르크스 호프는 1930년 건립된 대규모 공공 임대주택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단지에는 또 다른 역사가 살아 숨쉰다. 아직도 곳곳에 남은 총탄 자국이 증언하는 것은 바로 1934년의 ‘오스트리아 내전’. 유난히 격렬했던 좌우 진영의 극한 대립은 나치독일과의 합병으로 이어졌다.
▷이런 학습효과 덕분에 좌우익 정치지도자들은 현명한 선택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도우파-중도좌파의 대연정을 41년간 유지했다. 2013년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가 펴낸 저서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에서 한국 사회의 대안으로 오스트리아를 꼽은 이유다. 한데 15일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31세 청년 제바스티안 쿠르츠가 이끄는 중도우파 국민당이 승리하면서 좌우 타협의 정치에도 균열 조짐이 생겨났다. '잠정 집계에서 총선 3위를 차지한 극우 성향 자유당과 연정 가능성이 눈앞의 현실로 닥친 것이다.
▷총선 이후 쿠르츠가 총리로 취임하면 민주선거로 선출된 지구촌 최연소 정치지도자가 된다. 연예인급 외모의 쿠르츠를 필두로, 유럽에서 급부상한 30대 리더들에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9세에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6월 아일랜드 총리에 선출된 1979년생 리오 버라드커, 내년 이탈리아 총선에서 사상 첫 집권을 꿈꾸는 제1야당의 대표로 뽑힌 31세 루이지 디마이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에스토니아도 30대 총리를 배출했다. 유권자들과의 직접 소통과 친화력은 젊은 리더의 공통적 강점이다.
▷난민사태와 경기침체로 고민 중인 유럽에서는 쿠르츠, 버라드커 같은 중도우파의 득세가 눈에 띈다. 독일 스페인 등의 총선에서도 좌우 양당 체제에 도전한 30대의 돌풍이 주목받았다.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파고들면서,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경기 부양 등을 약속해 판도를 흔들었다. 유럽은 정치세력의 세대교체가 한창인데 70년대 ‘40대 기수론’이 등장했던 한국은 어떤가. 진보 보수 막론하고 기득권 유지에 급급해 신인에게 높은 장벽을 쌓는 척박한 풍토는 한통속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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