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을 알려면 자주 틀리는 유형을 아는 것이 좋다. 자주 혼동되는 표기인 ‘ㄹ’에 관련된 명사형 표기를 보자.
영희는 언제나 열심히 공부한다 →영희는 언제나 열심히 공부함
공문서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예문에서는 기본형에서 ‘-다’를 빼고 ‘-ㅁ’을 넣은 것이 명사형이다. 명사형이라니. 이런 어려운 말을 굳이 써야 할까? 맞춤법을 더 쉽게 아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다. 우리말에는 수십만 개의 단어가 있다. 우리는 이 단어들을 모두 외우지 못할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런데 맞춤법은 이 단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설명을 하려면 그 많은 단어들을 지시해야 하지 않을까?
단지 9개 품사만으로 이 단어들을 묶어 낼 수 있다. 품사는 국어의 모든 단어를 형태나 역할, 의미로 구분해 놓은 것이다. 수십만 개의 단어를 9개 품사만으로 설명할 수 있으니 훨씬 쉬운 일일 수밖에.
9개 품사 중에 ‘이름을 가리키는 품사’가 명사다. 문제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 그래서 때때로 명사 아닌 것을 명사처럼 만들어 써야 하는데, 이것이 ‘명사형’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런 복잡한 문법을 모르는데도 우리가 일상에서 명사형을 제대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머릿속 문법 덕분이다. 그런데 이를 표기할 때는 조금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혼동되는 표기들을 보자.
마포구에 오래 살았다 →마포구에 오래 삶(○)/마포구에서 오래 삼(×)
많은 물건들을 팔았다 →많은 물건들을 팖(○)/많은 물건들을 팜(×)
‘ㄹ’로 끝나는 ‘살다, 알다’의 명사형은 ‘삶, 앎’처럼 ‘ㄹ’을 밝혀 적어야 한다. 이를 ‘삼, 팜’처럼 ‘ㄹ’을 탈락시켜 적어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발음은 같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ㄹ’을 탈락시켜 적으면 의미 전달에 방해가 된다. ‘살다’와 ‘사다’의 명사형, ‘팔다’와 ‘파다’의 명사형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관계에 있는 단어들은 생각보다 많다.
갈다 → 갊, 가다 → 감 길다 → 긺, 기다 → 김 팔다 → 팖, 파다 → 팜
의미를 제대로 구분되게 적기 위해서 ‘ㄹ’로 끝나는 동사, 형용사의 명사형에 ‘ㄹ’을 분명히 밝혀 적는 것이다. 무엇을 자주 틀린다면 거기에도 이유가 있다. 그 이유까지 알아야 맞춤법에 제대로 접근할 수 있다. 우리는 왜 이 ‘ㄹ’에 관련된 ‘명사형’ 표기를 자주 틀리는 것일까? ‘ㄹ’로 끝나는 동사나 형용사는 ‘ㄴ’을 만나면 규칙적으로 탈락한다. ‘날다→나는, 나니까’처럼. 이 규칙적 탈락이 명사형을 표기할 때 혼동을 준다. 이 혼동을 막으려면 맞춤법에 관여하는 환경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명사형’이라는 말에 주목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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