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는 동아일보/제해치]정치권과 고위공직자,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그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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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의 재산 목록을 분석해본 결과 296명 가운데 162명(54.7%)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로 조사됐다고 한다(16일자 A1면 기사 ‘의원 56% 다주택자 집 35%가 투기지역’). 앞서 보도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및 중앙부처 1급 이상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2%가 다주택자이며, 많게는 8채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특히 부동산 정책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는 장차관을 비롯해 고위공직자 절반 이상이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심의·감시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60%도 다주택자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고위공직자 6명 중 5명이 강남4구에 주택을 보유했고, 공정위원장은 아파트 월세 수입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고 한다. 국회의원 주택 보유 비율은 89.5%로 10명에 1명꼴로만 보유 주택이 없는 ‘세입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민들의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와 투기지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정책을 떠받들어 추진해야 할 고위공직자 다수가 다주택자이니 상황이 참 오묘하다. 흔히 요즘 말로 ‘내로남불’이라더니, 솔선수범해야 할 고위공직자들의 민낯을 낱낱이 보게 된 국민은 고개가 갸웃해지고 정부 정책에 신뢰가 안 간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더니 “은퇴용이다” “자녀 때문에…” “상속받은 것” “투자 목적 아니다” 등등 이유도 다양하다. 십분 양보해서 2채까지는 이해한다(?) 하더라도 4채, 6채, 8채 보유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셨으면 한다”고 한 말이 국민에게는 진심으로 와 닿지 않고 왜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까. 정치권과 정부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지도층과 고위공직자들의 솔선수범하고 절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그립다.
 
제해치 부산 금정구
#고위공직자 다주택자#문재인 정부#다주택자와 투기지구에 대한 규제#노블레스 오블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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