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성북구청에서는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대비해 아파트 경비원 월급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대토론회가 열린다. 아파트 경비원 25명을 포함해 주민대표 25명, 아파트 관리소장, 변호사 등 100명이 참여해 토론을 벌인다. 고용안정성과 월급 문제가 걸린 경비원, 관리비 인상에 촉각을 세우는 주민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인 만큼 토론이 매우 격해질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급 1만 원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7월 2018년 법정 최저임금 시급을 전년 대비 16.5% 오른 7530원으로 확정했다. 노동계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반발했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중소 자영업자들은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인상된 최저임금이 발표되자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안에서 미묘한 갈등이 잇달아 발생했다. 아파트 경비원 월급을 주제로 한 대토론회가 열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북구와 에너지나눔연구소는 관내 아파트 주민 262명과 경비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경비원들은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전체 응답자의 25%는 “최저임금 1만 원에 반대한다”고 했다. 특히 70세 이상 경비원은 41%가 반대했다.
적정 월급 수준에 대해서도 경비원들 생각은 갈렸다. 65세 미만 경비원은 ‘한 달에 202만 원’이라고 답한 반면, 65∼70세는 181만 원, 71세 이상은 171만 원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나이가 들수록 조금 적게 받더라도 계속 경제활동을 하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비원 68%는 “월급이 덜 오르더라도 아파트 경비원 일을 오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무조건 경비원 월급 인상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주민 33%는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47%는 “관리비 인상을 이유로 경비원 수를 줄이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경비원 처우 개선에 대한 공감대는 있는 셈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곤혹스러워하는 점이 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괜찮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비원 월급이 자기 월급보다 많아지는 건 좀 그렇지 않느냐는 얘기다. 한마디로 “내 월급보다 경비원 월급이 더 많아진다면 거부감이 든다”는 것이다.
경비원은 일의 특성상 밤 근무가 많다. 밤 근무는 시급이 1.5배 적용된다. 2020년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된다면 경비원 월급은 최대 304만 원이 된다. 설문조사에 응한 주민 중에는 월 가구소득이 300만 원을 크게 초과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속내를 반영하듯 주민이 생각하는 경비원 적정 월급은 168만∼202만 원이었다. 경비원 스스로 생각하는 적정 월급과 비슷하다. 그러나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면 이 같은 적정 월급 예상치를 최대 100만 원가량 상회한다. 경비원들이 해고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북구는 그래서 동행(同幸)임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자와 고용자가 각각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게 받는 대신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모든 정책이 모든 문제를 순리대로 풀어내지는 못한다. 공동체가 살아 있다면 스스로 구성원 간 갈등을 풀어낼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지 못하는 곳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어떻게 치유할지 정부는 잘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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