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해빙 무드에 접어들고 있다. 24일 필리핀에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이 사드 배치 이후 처음으로 국방장관 회담을 열었다. 오늘 베이징에서 열리는 주중 한국대사관의 개천절 기념행사엔 사드 갈등 이후 처음으로 천샤오둥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참석한다. 올해 3월 중단된 중국의 방한(訪韓) 단체관광객 모집은 24일부터 재개됐다. 자동차 화장품 백화점 여행업 등 사드 직격탄을 맞았던 12개사의 주가는 훈풍을 감지했는지 최근 열흘 새 평균 20% 가까이 올랐다. 통화스와프 연장에 이은 한중 관계 회복의 신호들이다.
중국 공산당의 제19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한중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연내 정상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 중이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19일 연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90%까지 왔다”고 밝혔다. 중국은 정상회담 연내 개최를 전제로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자국민의 불만을 달랠 명분으로 ‘사드 배치 과정에서 중국이 우려한 부분을 이해한다’는 수준으로 일종의 유감 표명을 요구하면서도 사드 보복에 대한 철회 및 유감 표명은 중국 측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최악으로 치달은 한중 관계를 이대로 놔두는 건 두 나라의 국익에 맞지 않다. 중국에서는 그제 시진핑 집권 2기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됐으니 양국이 새 출발을 하기에 시기도 적절하다. 그럼에도 일방적인 유감 표명은 호혜평등의 외교 원칙에 맞지 않는다. 더구나 방어무기를 배치하는 주권적 행위에 유감을 표시하는 것은 자칫 외교적으로 나쁜 선례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코리 가드너 동아태 담당 소위원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국에 120억 달러의 피해를 준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사드 배치의 절차상 문제에, 중국은 사드 보복에 유감을 나타내는 선에서 마무리 짓고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열린 제19차 공산당 당 대회 업무보고를 통해 국가이익을 지상(至上)의 위치에 놓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국의 발전을 위해 타국의 이익을 희생시키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중국은 이처럼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외교적 명분도 잃지 않고 싶어 한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양국 모두 명분만 고수해도, 실리에만 매몰돼도 곤란하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서로의 국익을 위해 접점을 찾아내는 데 한중 외교 당국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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