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61∼65세였던 핵심사업부문 수장 3명을 56∼59세의 신임 사장으로 바꾸는 세대교체에 나섰다. 3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부품(DS) 부문장에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59), 가전(CE) 부문장에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56), 모바일(IM) 부문장에 고동진 무선사업부장(56)을 선임했다. DS 부문을 맡았던 권오현 부회장이 지난달 13일 자진사퇴한 데 이어 윤부근 CE 대표와 신종균 IM 대표가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상훈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이사회 의장으로 추천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3분기(7∼9월) 매출 62조489억 원과 영업이익 14조5332억 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올 한 해 전체 영업이익이 55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주요 경영진을 교체하며 조직에 메스를 댄 셈이다. 그 배경에는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유보해온 조직 혁신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인재로 미래를 개척하는 ‘이재용 체제’가 총수 부재 상태에서 시작됐다. 내년부터 3년 동안 29조 원을 배당하고, 올 한 해 46조2000억 원의 시설투자를 하기로 한 이사회 결정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국내 주주 지분만큼 가계소득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삼성의 혁신이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과 재창업을 선언한 이건희 회장을 잇는 성공적인 ‘제3의 창업’이 되려면 극복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미국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카드로 삼성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은 스마트폰과 가전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외압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기업의 경영지배 구조를 정비하는 작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개별 기업만 이겨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선두 주자가 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때마침 생산 투자 소비가 15개월 만에 동시에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럴 때 경제와 산업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면 근로자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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