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운전석론 재차 강조한 文대통령의 ‘한반도 5원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일 00시 00분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까지 확고하고도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한반도 문제에 임해왔다”며 5대 원칙을 천명했다. 한반도 평화정착, 비핵화 실현,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제시했던 대북정책 담론을 한반도 평화정착과 비핵화라는 두 가지 목표와 남한 주도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두 가지 방법, 그리고 단호한 도발 대응으로 재정립한 것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군사옵션 반대-대화 우선’의 평화주의 지향은 더욱 분명해졌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되며 우리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행동도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자체 핵무장도, 전술핵 배치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도 남북문제의 운전대를 놓지 않겠다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5원칙이 정부의 새로운 한반도 정책으로 굳어진다면 향후 북의 추가 도발에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전쟁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되지만 문 대통령 연설대로 북이 사전 동의를 받아 ‘특대형 도발’을 할 리 없다. 핵능력 완성 단계에 들어선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겠다는데 우리는 핵을 개발하지도, 보유하지도 않아야 하는가. 북을 압박할 수 있는 유용한 카드들을 배제한 채 어떻게 북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지, 나아가 어떻게 핵을 포기시킬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다음 주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김정은 정권에 대한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거듭 강조할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도 어제 연설에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 국제공조’를 빠뜨리진 않았다. 하지만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가 없는, 목표 달성의 수단도 방법도 마땅치 않은 한반도 5원칙은 공허할 뿐이다.
#문재인#국회 시정연설#한반도 5원칙#북핵 평화적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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