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출범 후 각종 논란거리가 쏟아지고 있다. 밖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외교안보의 굵직한 이슈가 연일 지면을 채우고 있다. 안으로는 적폐청산과 탈(脫)원전 이슈가 주목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지난달 30일 ‘4강 외교-탈원전-적폐청산과 언론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4강 외교와 탈원전 문제 등 여러 이슈가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4강 외교전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탈원전 논란과 관련해 본보가 제대로 짚어주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종빈 위원장=4강 외교를 중심으로 한 안보 문제부터 시작해서 탈원전 등 내치 문제 순서로 짚어 보겠습니다.
이준웅 위원=최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황제급으로 등극했다는 내용과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도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오쩌둥 사상에 견줄 만한 시진핑 사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부족해 아쉬웠습니다. 시진핑 사상이 공산당 헌법에 삽입됐다고 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내용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을 동원해 짚어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김 위원장=시진핑이 무엇을 주창했고, 왜 마오쩌둥 반열에 올라가게 됐는지 기사를 읽어도 납득이 안 갔습니다. 마찬가지로 독자들은 정치권이 전술핵과 전략핵 문제로 왜 다투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개념 정의가 불분명하기 때문이죠.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시해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조화순 위원=외교 문제는 여러 이슈가 있습니다. 북한 핵,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위안부 문제 등 다양한 문제의 맥락을 짚는 것은 독자를 위해 꼭 필요한데, 그런 기사는 부족한 듯 보였습니다.
김광현 위원=전문가들도 시진핑 사상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김 위원장=전문가도 그런데 하물며 독자들은 더 답답합니다. 권력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한 사람에게 집중될 수 있는 건지, 과정에 대한 소개가 없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류재천 위원=4강 외교와 관련한 보도를 보면 미국과 중국에 비해 일본과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러시아 일본도 소홀하지 않게 다뤘으면 좋겠습니다.
김 위원장=현안 중 하나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론의 스탠스도 중요합니다. 언론이 국민정서법에 맞춰 우리의 입장에서만 보도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이 할 얘기를 하면서 대승적으로 받아들이자고 용기 있게 나가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신용묵 위원=4강 외교 보도의 방향성은 세 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 정부에서 4강 외교와 관련해 권한을 남용하는 게 있는가를 점검해야 하고, 함량 미달인 건 없는가를 따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외교에서의 표준 품질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해외 자료를 추적해서 짚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조 위원=위안부 이슈에서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가 한국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전략과 협상력이 필요한데, 큰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가 다뤄지기보다는 일회적 사건으로 다뤄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이슈화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위원=위안부 문제는 워낙 다원적인 문제라서 한 번에 해결할 방안을 찾기보다는 각 방면에서 면밀히 관찰하고 지적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10월 11일자 A6면 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안보위기가 외부에서 조성돼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여건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개혁과 적폐 청산만 잘하면 안보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얘기로도 읽혔습니다. 이런 기사를 보면 안보에 대한 확고한 대책이 없는 정부를 국민이 얼마나 신뢰할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 위원=그동안 동아일보 보도를 봐도 청와대 안보 결정 라인에 있는 분들조차도 합의된 해결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신 위원=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든지, 결속하면 극복 가능하다는 추상적 불안감을 가지게 하는 내용만을 그대로 보도하면 정부뿐 아니라 동아일보도 콘텐츠 부족으로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함량 부족이거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달하는 정책을 비판적으로 보도해 긴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김 위원장=10월 30일자 A1면과 A6면에 한미 안보협의회 기사가 있는데 1면 하단에 “미국 전략무기 대북 무력시위 다 자주 세게” 제목으로 보도됐습니다. 미국의 전략무기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를 다룬 기사로, 1면 하단에 작게 쓰고 6면에 상보를 썼는데 더 비중 있게 배치하는 게 바람직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탈원전 문제를 짚도록 할까요. 류 위원=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문제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공사 재개를 결정한 반면 탈원전 문제는 정부가 계속 고수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동아일보가 강력히 지적했어야 합니다. 원전 문제는 특히 전문가 의견을 많이 듣고 써야 합니다.
김 위원장=10월 30일자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 인터뷰 기사는 시의 적절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조 위원=향후 에너지 정책이나 국가의 에너지 비전에 대한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만 원전에 대한 여론이 바르게 형성될 텐데, 신고리 원전의 공사 재개 결정 이후 진일보한 내용이 안 보여 아쉬웠습니다. 신 위원=원전 관련 기사는 핵심을 잘 짚어야 합니다. 탈원전부터가 적합한 용어가 아닙니다. 정확하게 에너지 전환 정책입니다. 선정적이지 않고 과학적인 용어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이 위원=일본에서는 ‘에너지 믹스’라고 합니다. 원전 문제는 용어부터 시작해서 역사성과 다른 나라 정책들까지 세심히 봐야 합니다.
김 위원=원전 관련 기사 양은 많았지만 경쟁지에 비해 배치와 톤에서 세게 나가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 위원장=다음으로 적폐 청산에 대해 논의해 보죠. 류 위원=10월 28일자 1면 ‘적폐청산에 미래 비전 안 보인다’는 기사는 독자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좋았습니다. 국민은 적폐라는 말의 의미를 잘 실감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신 위원=적폐 청산은 과거 ‘하나회 청산’ 같은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적폐를 싸우면서 고칠 것이냐, 룰을 정해서 질서 있게 고칠 것이냐를 지적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김 위원=시스템을 겨냥해야 하는데 자꾸 사람을 겨냥하니 정치 보복 논란이 불거지고 과거를 파헤치는 쪽으로 나가는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그 밖에 눈에 띄는 다른 기사들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류 위원=10월 9일자 ‘과학자에게 돈 물어내라는 나라’를 다룬 기자 칼럼과 같은 내용은 자주 지적해 주면 좋겠습니다. 8월 31일자 화장품 관련 기사에서 유해물질과 화학물질을 분명하게 구분하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조 위원=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어떻게 나오게 됐나를 다루는 추적 기사를 써 줬으면 좋겠습니다. 지상파 방송의 파업과 관련해 전파와 공공재 문제도 다루면 좋겠습니다. 신 위원=10월 23일자 A1면의 미국 전직 대통령들이 함께 모여 있는 사진은 신선했습니다. 간혹 동아일보의 품격을 훼손하는 광고들이 눈에 띄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 위원=젊은층에도 기회를 주면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밝힐 수 있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젊은 필진의 발굴로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 위원장=오늘 논의한 내용이 현 정부의 정책과 향후 언론 보도에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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