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외한에게 훌륭한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현재 귀농 귀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기관이나 단체는 많이 있다. 나도 전문가들의 강의도 듣고 성공한 임산물 재배자도 만나고, 귀·산촌의 현장학습을 다니면서 많이 보았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이라고 다 멘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귀·산촌의 경우에는 우선 정착하는 목적과 함께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갈 수 있는지를 더 구체화하고 지역 특성도 잘 알아야 한다. 결국은 분야를 나누어 멘토를 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관련 분야 전문가, 담당 공무부서, 그리고 지역 현장 재배자로 나누어 전문가의 조언을 받기로 했다. 내가 만난 전문가는 농촌진흥청에 30년 이상 근무하면서 강원도 농업기술원 전문위원을 지내신 분이다. 임산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사업적 감각도 지녔다.
나에게 산마늘, 일명 명이나물을 적극 추천했던 분이다. 재배 및 관리가 비교적 쉽고 활용성과 시장의 확장성이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상당히 고가에 판매되고 장아찌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지도해 주었다. 양질의 모종 구매처 소개, 현장 방문, 토양 분석, 식재 시기, 식재 후 확인할 내용과 발생 가능한 상황까지 모든 것을 지도해 주었다.
지역의 담당 공무원은 특히 임산 분야는 누구보다 지역 특성과 민원의 생태를 잘 알고 있다. 이 공무원은 다른 누구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역 특성과 함께 숲에 접근하는 방법과 절차 등을 알려 주었다. 교육기관이나 연구원이 제공하지 못하는 중요한 정보들이었다. 하지만 지역 공무원은 업무가 많아 바쁘다 보니 새로운 분야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지역 사회의 인맥구조 때문에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교육을 잘 받고 행정적으로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임산물 재배 현장은 확연히 다른 얘기다. 내가 귀촌한 지역에서 거의 재배하지 않는 산마늘이라는 임산물을 재배하려니 처음에는 물어볼 데가 여의치 않아 걱정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바로 옆 산에서 약 20년간 임산물을 재배하면서 쌓은 프로 수준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임야의 방향, 경사도, 바람 방향, 습도, 재배 활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작업 경로까지 현장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니 이렇게 복 받은 경우가 어디 있겠나!
대한민국 임산물 최고 권위의 연구원, 전문 지식과 지역 특성을 잘 알려주는 행정 담당자, 그리고 재배 현장의 프로급 지도자를 멘토로 만났으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멘토 분들이 이 멘티를 보는 눈은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부모 같을 것이다.
윤창효
※서울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다 현재 경남 거창을 오가며 산나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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