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는 동아일보/제해치]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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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와 한국서부발전, 석탄공사 등 일부 공공기관의 울화통 터지는 채용비리 행태가 밝혀지면서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들린다.(10월 28일자 A10면) 각 공공기관의 수장 또는 관계자의 친인척 같은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의 채용이나, ‘거절할 수 없는 힘’의 청탁에 따른 순위 조작 등 비리 양태도 각양각색이다. 특히 2012, 2013년 신입사원 518명 중 95%인 493명이 청탁으로 채용됐다는 강원랜드의 채용비리는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올 9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21.5%로, 청년 5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라고 하니, 정부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는 크게 환영받을 만하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와 처벌은 단순한 비위 조사를 떠나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고, 허탈과 실의에 빠진 청년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일이며, 강력한 처벌로 더 이상 재발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상징적이고 가치로운 일이다.

이러한 채용비리 바로잡기는 비단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대기업 귀족노조의 일자리 대물림과 정치권 및 고위공직자들의 취업청탁 관행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사실상 묵인해온 청탁 관행을 청산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동의하진 않지만 이번 채용비리 조사가 기관장 하차를 위한 압박용이라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당장은 대통령이 정권교체 유공자들을 능력과 분야가 무관한데도 보답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장으로 임명해왔던 관행부터 개선해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번 조사가 단순 비위 조사와 처벌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권력기관이나 공공기관 및 사회 제 분야 권력들이 개방과 견제의 건강한 사회적 시스템으로 상호 작동되어 한 단계 성숙한 사회가 정착하는 대승적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제해치 부산 금정구
#공공기관 채용비리#강원랜드#한국서부발전#거절할 수 없는 힘의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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