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일 공개한 한국방송공사(KBS) 감사 결과에 따르면 KBS는 부·팀장 이상 간부를 맡을 수 있는 2직급(갑, 을)까지 상위직급이 2765명으로 전체(4602명) 인원의 60%나 됐다. 이 방송사는 가장 높은 관리직 밑에 1∼7직급이 나뉘어 있다. 간부가 훨씬 많은 ‘상체 비만, 하체 허약’ 가분수 조직이다.
▷상위직급 중 맨 아래인 ‘2직급 을’의 작년 평균 보수가 1억700만 원이다.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간부 10명 중 7명꼴로 보직이 없다. 무보직 간부들은 체육관 관리, 복리후생 상담, 화상회의 관리 같은 업무로 소일한다. 그런데도 상위직급 수는 2013년 2696명에서 올해 2765명으로 늘어났다. 매년 2직급 을에서 2직급 갑으로, 3직급에서 2직급 을로 자동승진하기 때문이다. KBS의 인건비 비율(35.8%)이 SBS(16.1%), MBC(22.5%)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다.
▷KBS는 1989년부터 2∼5직급 정원을 통합 관리하는 꼼수를 썼다. 감사원은 2008년 상위직급 인원을 줄이라면서 2직급만 따로 떼어내 관리하라고 했지만 KBS는 번번이 묵살했다. 감사원은 올해도 “상위직급 과다로 경영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KBS는 “관리직과 1직급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KBS 아나운서 43명이 2014년부터 3년간 회사 승인 없이 총 384차례 사적 행사를 뛰어 8억6900여만 원을 챙겼다. 공익 외부행사만 출연할 수 있게 한 지침은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었다.
▷KBS는 광고수입 급감으로 2013년 ―274억 원, 2014년 ―455억 원, 2015년 ―211억 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이 기간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비는 1조2753억 원에서 1조3237억 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몸집 줄이기나 비용 절감은 않고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사측이나 공영방송 정상화를 내세우며 두 달째 파업 중인 노조나 난형난제다. “KBS는 질식사하기 전까진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라는 한 전직 이사의 한탄이 피부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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