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제명한 한국당의 앞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4일 00시 00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침내 자유한국당에서 제명됐다. 한국당은 어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홍준표 대표에게 일임했고, 홍 대표는 “한국당이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근혜당’이란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며 제명을 최종 결정했다.

과거에도 전직 대통령이 탈당한 일은 몇 차례 있었지만 강제 출당되기는 처음이다. 우리 정치사에 남을 또 하나의 불행한 기록이다. 기사회생을 도모하는 한국당으로선 불가피한 조치였다. 탈(脫)박근혜를 외치면서도 태극기 세력과 TK(대구경북) 지역을 의식하며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관계를 이어온 터였다. 궤멸의 위기에서 친박(친박근혜) 정서에 기대는 ‘연명(延命)의 정치’를 해 온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역사적 멍에와 책임을 지고 가겠다”고 밝힌 만큼 자신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고 출당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한때나마 자신이 대표했던 보수정치의 회생에 기여하는 길이리라.

한국당은 이제 바른정당 통합파와의 재결합을 통한 ‘보수통합’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잃으면 국회는 ‘원내 3당’ 체제로 재편되고 한국당의 보수 정통성은 강화될지 모른다. 하지만 ‘박근혜와의 결별’을 새 정치로 승화시키지 못하면 이번 출당 조치는 의원 몇 명 더 얻기 위한 정치 해프닝으로 희화화되고 말 것이다. 한국당은 보수의 대표로 바로 서야 한다. 새로운 길에 진통이 없을 순 없다. 단단한 쇄신 의지 없이는 거세질 당 안팎의 반발에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한국당은 보스 정치,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안보와 민생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미래의 수권정당으로서 국민 신뢰도 되찾을 수 있다.
#자유한국당#박근혜#박근혜 제명#바른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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