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기’로 일컬어지는 색인(索引)은 책에서 중요한 단어나 항목, 고유명사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그것들을 일정 순서에 따라 배열한 목록이다. 소설에는 색인이 필요 없어 보이지만, 미국 작가 마크 대니얼레프스키는 소설 ‘나뭇잎의 집’(2000년)에 41페이지 분량의 색인을 실었다. 색인의 초기 형태는 알파벳순 내용 목차였다. 12세기 후반부터 이런 형태의 색인이 확산되었다.
15세기 중반 활판인쇄 시스템 개발 이후 목차가 상세하고 색인이 별도로 실린 책이 늘어났다. 책 종수가 빠르게 늘면서, 책 속에서 정보를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온라인 지식정보가 급증하면서 검색 기술이 발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영어권에서 지금과 같은 형식의 색인이 실린 이른 사례로, 1595년에 나온 플루타르코스의 ‘대비(對比) 열전’(‘영웅전’) 영역본이 있다.
유교 경서를 통째로 외웠던 많은 조선의 선비들은 머릿속에 경서 색인과 검색엔진을 갖춘 셈이었다. 상당수 옛 문헌을 온라인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 종이책 색인의 필요성이 예전 같지 않지만 ‘사서색인’(박헌순)이나 ‘한문사서 한글음순색인’(강성위)과 같은 색인집이 유교의 사서(四書) 연구와 활용을 돕는다.
색인의 중요성은 백과사전에서 두드러진다. 2012년부터 종이책으로는 나오지 않지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총 32권 가운데 두 권,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의 ‘한한(漢韓)대사전’도 전 16권에서 한 권이 색인집이다.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참여하여 1751년부터 펴낸 ‘백과전서’는, 1780년 색인 두 권을 간행함으로써 35권을 완성했다. 백과사전의 색인은 지식의 바다를 안내하는 해도(海圖)다.
전통 동아시아의 백과사전은 광범위한 문헌의 내용을 장르나 주제에 따라 모으거나, 어구 첫 자나 끝 자의 운(韻)에 따라 배열, 정리한 유서(類書)였다. 유서는 선집과 색인집 구실도 일부 하였다. 다만 유서 자체에는 색인이 없으며 간혹 있더라도 대부분 후대 사람들이 작성하여 덧붙인 것이다.
서점에서 책 고르는 이들은 표지와 목차, 서문을 살피고 본문을 펼쳐본다. 하지만 색인이나 참고문헌은 살피지 않는 사람이 많다. 색인을 잠깐 훑어보기만 해도 책 내용이 얼마나 충실한지,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책 한 권을 다각도에서 읽고 폭넓게 충분히 활용하는 길이 색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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