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별하기 어려운 맞춤법을 물어보면 항상 등장하는 것이 ‘-든지’와 ‘-던지’이다. 실제로 문서에서 흔히 오류가 나타나는 것들이기도 하다. ‘하던지’와 ‘하든지’는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우리가 문법을 공부할 때는 주로 단어와 관련된 것들에 주목한다. 즉, 단어들을 구분하여 놓은 것인 품사에 관심을 갖는다.
‘-든지’와 ‘-던지’는 모두 품사가 아니기에 일상에서 쓸 때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지나치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국어 문법을 공부할 때 어미나 조사와 같은 것들에 주목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국어는 어미나 조사가 발달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하든지, 하던지’에서 ‘하다’가 문장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결정해 주는 것이 어미다. 그리고 ‘-든지’나 ‘-던지’는 이런 어미들의 일종이다.
문장을 제대로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 어미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먼저 ‘-든지’를 보자. 이 말이 들어가면 어떤 의미가 될까?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 위해 문장 속에 넣어 확인하였듯이, ‘-든지’가 문장에 들어 있을 때 그 단어가 어떻게 해석되는가를 확인하면 된다.
이것을 하든지 저것을 하든지 네 마음이다. =이것을 하든 저것을 하든 네 마음이다.
‘하다’에 이 ‘-든지’가 붙으면 ‘선택할 수 있음’의 의미가 나타난다. 이 ‘-든지’가 줄어든 말인 ‘-든’을 사용하여도 의미는 같다. ‘-든(지)’ 자체가 ‘선택’이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든지’를 때때로 [던지]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발음 때문에 ‘-던지’와 혼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어미의 의미 차는 크다. 그러니 발음부터 명확히 구분해 두는 것이 좋다.
그럼 ‘-던지’는 뭘까? ‘-던지’는 ‘-든지’보다는 좀 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 어미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합해진 것이다. ‘-던지’를 쪼개 보자. 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도 예문을 만들어 보면 된다.
그 집에서 누가 살았던지 기억합니까?
‘-던지’는 ‘-더-’와 ‘-ㄴ지’라는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더-’가 어떻게 쓰이는지 문장으로 확인해 보자.
전지현은 어렸을 때도 예뻤더라.
여기서 ‘-더’는 과거의 의미를 갖는다. 과거의 사실을 현재로 옮겨 표현한다 하여 ‘회상 시제’라고 불리기도 하는 어미다. 국어 시제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중요한 어미이기도 하다. ‘-더-’가 들어 있는 어미들을 예로 들어 보자.
-더라면, -던, -던가, -던걸, -던고, -던데, -던들
이 과거 회상 시제인 ‘-더-’에 확신이 없음을 표현하는 어미인 ‘-ㄴ지’가 붙은 것이 ‘-던지’다.
‘-던지/든지’를 명확히 구분하려면 이 ‘-더-’에 주목하면 된다. 자신이 쓰려는 문장이 ‘선택’에 관련된 것이라면 ‘-든지’를 사용해야지,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데 쓰이는 ‘-더-’를 쓸 수 없다는 것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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