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전병헌 사퇴에서 느끼는 바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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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어제 사퇴했다. 인선 과정의 잡음으로 자진 사퇴했던 공직 후보자들과 달리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반년 동안 자리를 지키다가 비리 의혹으로 사퇴한 첫 번째 고위 공직자다. 전 수석은 사퇴하면서도 19대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최근 구속된 것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며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전 수석의 사퇴는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롯데홈쇼핑이 협찬비 3억 원을 낸 것과 관련해 다음 주 중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것이라는 검찰 발표에 따른 것이다. 현직 수석비서관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가는 게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란 점 때문에 사퇴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5일 만인 5월 14일 임명된 전 수석은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유연한 협상력을 보여 원만한 여야 관계와 새로운 협치를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6개월을 돌아보면 여야 협치는 온데간데없고 적폐청산을 둘러싼 날카로운 대립과 정쟁만 난무했다. 전 수석의 비리 연루 의혹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닌 만큼 개인적인 부담 없이 협치를 위해 뛸 적재(適材)를 앉힌 인사였던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문 대통령은 여야 관계가 경색될 대로 경색된 만큼 가교 역할을 할 후임 정무수석 인선을 서두르되, 논공행상이나 속칭 ‘캠코더’ 인사가 아닌 협치의 적임자를 뽑아야 할 것이다.

전 수석이 사퇴한 만큼 청와대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도 재고하길 바란다. 청와대는 어제 국회에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청와대는 이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 4명의 장관급 후보를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내로남불’의 대명사 홍 후보자까지 이렇게 한다면 짚단을 안고 협치를 태울 불속에 뛰어드는 격이다.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사퇴#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캠코더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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