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아기 동반’ 의회 출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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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여성 시의원이 젖먹이 아이를 데리고 시의회에 왔다가 퇴장을 당한 사건으로 열도가 들썩이고 있다. 구마모토 시의회 오가타 유카 의원은 22일 시의회 정례회의에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안고 자리에 앉았다가 “아이를 동반해서 의원석에 앉는 것은 규정에 어긋난다”는 동료 의원들의 반발에 자리를 떠났다. 의사당 밖에서 기다리던 지인에게 아기를 맡기고 돌아왔으나 ‘아기 동반 등원’이 적절한가를 놓고 일본 사회가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다.

▷일본은 한국 못지않게 여성의 정계 진출이 미흡하다. 중의원에서 여성 의원의 비율은 9.3%, 참의원은 20.7%로 2017년 현재 국제의회연맹(IPU) 조사대상 193개국 가운데 165위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117위다. 남성이 우세한 조직에서 임신 출산 수유 육아에 관해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될 리 없다. 각각 18위와 50위인 뉴질랜드와 호주 등 여성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예외 없이 본회의에서 아이 돌보는 게 가능하다.

▷육아 고충을 제기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오가타 의원의 행동이 지나쳤다는 비판도 있다. 아이 동반은 일·가정 양립 문제가 아니라 배려와 상식의 문제이고 동서양의 문화 차이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인이 아니면 누가 감히 직장에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생각을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고령화로 고민하는 일본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육아에 대한 혁명적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양성평등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육아를 해결할 수 없어 일을 포기한 30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화제를 뿌렸다. ‘독박육아’는 일본도 다르지 않다. 흥미로운 건 스웨덴 같은 나라에선 여성 의원이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는 일은 없다는 점이다. 육아휴직이 480일이나 되고 남편 혹은 남자친구의 80%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므로 의정활동을 하는 아내가 아이를 맡을 일이 애당초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육아는 여전히 여자 몫’임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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