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의 테러 공격으로 300명 이상 사망자를 낸 이집트 알라우다 이슬람사원은 수피즘 모스크다. ‘수피’란 아랍어로 양모(羊毛)를 뜻하는 ‘수프’에서 파생된 말로 초기 신도들이 양털로 짠 옷을 입고 다닌 데서 유래했는데 지금은 수니파, 시아파와는 또 다른 분파로 성장했다. 수피즘은 율법이나 의례보다는 개인의 신앙을 강조하는 신비주의 교단이다. 흰옷을 입은 수피즘 신도들이 빙글빙글 돌며 황홀경에 빠지는 모습은 유명하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의 직접적 배후라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생존자들은 테러리스트들이 IS를 상징하는 검은색 깃발을 들고 있었다고 증언한다. 보통 IS는 이집트 기독교 분파인 콥트교를 공격하거나 군부대나 경찰을 공격했지, 이렇게 모스크를 공격해 대량 살상을 저지른 적은 없다. 수니파 극단주의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을 폭력으로 배척하는 IS의 종교적 선전포고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같은 이슬람인데 IS는 왜 이슬람 사원을 공격했을까. 율법에 충실한 원리주의는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신비주의와는 상극이다. 전통적인 이슬람에서는 수피즘을 ‘무덤 숭배자’ 즉, 이단으로 본다. 수피즘은 성인(聖人)의 무덤을 방문해 기도하는 성인 숭배 전통을 갖고 있는데 IS는 이를 우상숭배 혹은 다신교로 해석한다. 수피즘은 예수도 성인의 하나로 보고 숭상한다. 이런 수피즘 전통을 원리주의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모든 근본주의가 그렇듯 이슬람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존재도 내부에 있다. 이번 테러에는 시나이반도의 지정학적 요인과 수십 년간 차별받아 온 베두인족의 소외감과 분노가 작용하고 있지만 그 기제를 제공한 것은 ‘내 믿음만 옳다’는 종교 근본주의다.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IS가 내몰리면서 점점 더 과격화하는 양상일 수도 있다. 모든 종교의 근본이 사랑과 관용인데 어쩌다 종교가 폭력과 증오의 씨앗이 되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종교는 구원자인가, 파괴자인가. 이집트 테러가 많은 고민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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