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직접고용을 둘러싸고 목소리가 소외됐던 이해관계자가 있다. 제빵기사들과 함께 살을 맞대고 일하는 가맹점주들이다.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에 제빵기사 5378명 전원을 직접 고용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뒤에도 가맹점주의 반응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이들이 행동에 나섰다. 가맹점주 2386명은 본사의 제빵기사 직접고용을 반대한다는 탄원서를 27일 고용부에 냈다. 파리바게뜨 전체 가맹점주의 7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고용부 지시 후 가맹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가맹점주와 제빵기사의 관계도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배경은 이렇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은 8월 17일 노조를 설립했다. 7월 11일 고용부가 현장 근로감독을 나온 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전체 제빵기사의 8분의 1인 700여 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노조는 곧바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단체로 등록한 뒤 ‘본사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의 바람대로 고용부는 9월 22일 SPC에 제빵기사 직접 고용을 명령했다. ‘데드라인’까지는 고작 25일을 줬다. SPC는 당연히 반발했다. 그 뒤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진흙탕 싸움’이다.
가맹점주들은 완전히 본사와 제빵기사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제빵기사들의 직접 고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가맹점주들이다. 이미 노조를 결성한 제빵기사들이 단체행동에라도 나서면 그보다 더 난감할 수가 없다.
하지만 본사가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해도 걱정이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가맹본부가 제품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들의 비난은 오롯이 가맹점주들이 받아내야 한다. 매출이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가맹점주들은 생업을 뒤로하고 고용부에 찾아가 중재를 요청했다. 돌아온 건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형식적 답변뿐이었다.
29일 SPC가 정부를 상대로 낸 ‘직접고용 시정지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다. 가맹점주들이 고용부에 낸 탄원서가 법원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이들은 다만 지나치게 화끈했던 정부 조치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11년째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운영해온 한 가맹점주는 이렇게 말했다.
“법의 판단을 받으면 면죄부를 얻을 수 있으니 고용부는 오히려 법적 분쟁을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고용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잠시라도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판단은 법원의 몫이 됐다. 하지만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든 이 문제를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고용부가 법에 근거해 시정명령을 내렸다는 데는 업계에서도 이견이 많지 않다. 다만 파리바게뜨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제빵기사를 파견하는 협력업체, 제빵기사는 모두 다른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이런 복잡한 고용구조가 정부의 말 한마디에 풀릴 거라고 기대했다면 너무 안이한 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을 때도 순서가 있다. 방법이 세련돼야 부작용이 적다. 더구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혼란을 조정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 아닌가. 이 나라의 고용노동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는 외려 혼란을 부추기기만 했다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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