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의 학자 정이(程頥)는 말에 대한 경계의 글인 언잠(言箴)에서 “말은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기틀이 되는 것으로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우호를 맺기도 하며, 길흉과 영욕도 오직 말이 불러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좋은 말은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도 하지만, 잘못된 말 한마디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강하고도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예부터 말을 적게 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 왔는데, 조선 중기의 학자 윤휴는 무조건 말을 적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니라 “말해야 할 것은 말하고,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은 말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다.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말이 적어지고, 잘못이 적어질 것이다. 그럼 말하지 않아야 할 말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윤휴는 위의 내용에 이어 다음의 네 가지를 하지 말아야 할 말들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자신을 과시하는 말이고, 둘째는 남을 다치게 하는 말이고, 셋째는 진실이 아닌 말이고, 넷째는 법도에 어긋나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하지 말아야 할 말만을 일부러 골라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여 명백한 잘못도 잘한 일이라고 우기고, 남에 대해서는 없는 말도 지어내면서 온갖 잘못을 덮어씌운다. 또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상대를 희롱하고, 모욕하고, 상처를 주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리고 있다. 깨끗한 곳에서 어찌 악취가 나겠는가. 악취가 나는 곳을 살펴보면 반드시 썩어있듯이, 추잡한 말이 나오는 입은 그 말처럼 추잡하며, 그 입을 지닌 사람은 그 말과 입보다도 추잡한 사람일 것이다. 남을 공격하기 위하여 쏟아내는 더러운 막말은 도리어 자신의 입을 더럽히고 더 나아가 자신의 속을 썩게 만들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윤휴(尹鑴·1617∼1680)의 본관은 남원(南原), 호는 백호(白湖)다. 높은 학식으로 천거되어 대사헌, 이조판서, 우찬성 등을 역임하였다. 주자학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학문 체계를 수립하여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리기도 하였고, 경신환국 때에 사사(賜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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