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의 죽음 하면 떠오르는 한 장의 사진이 있다. 경교장 2층 김구의 집무실 유리창 너머, 고개를 떨군 채 통곡하는 군중의 모습. 사진 속 유리창에는 총탄 구멍 두 개가 선명하다. 안두희가 쏜 총탄이 유리창을 관통한 흔적이다. 1949년 6월 26일 김구 암살 직후 미국의 사진기자 칼 마이댄스가 찍어 ‘라이프’에 게재했던 것이다. 당시 사진 제목은 ‘혼란 속의 한국, 호랑이를 잃다’였다.
서울 종로구 평동 강북삼성병원 내 경교장. 이 건물은 1938년 지어졌다. 김구는 1945년 11월 중국에서 환국해 1949년 서거할 때까지 경교장을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했다. 여기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김구 암살 후엔 미군 사무실, 주한 대만대사관저 등으로 사용되다가 1967년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이 매입해 병원 건물로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내부 구조가 많이 바뀌었고 1990년대 들어 복원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복원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5년 2층의 옛 김구 집무실을 먼저 복원했다. 그 무렵 이곳은 의사들의 휴게실이었다. 이후 경교장 전체를 복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2010년 강북삼성병원은 복원을 위해 건물을 서울시에 기증했다. 전면 복원은 2013년 마무리되었다.
건물 안팎 곳곳이 매력적인 경교장. 여기에 갈 때마다 가장 먼저 들르는 지점이 있다. 2층 집무실 유리창의 총탄 구멍이다. 1949년 사진에 나오는 두 개의 총탄 구멍. 이것은 김구 집무실을 복원하면서 함께 되살렸다. 복원 당시, 총탄 구멍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를 놓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유리창에 직접 구멍을 낼 수는 없었다. 구멍으로 바람이 불어오거나 빗물이 들이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대신 5mm 두께의 투명 아크릴판에 총탄 구멍을 재현해 유리창에 덧붙이기로 했다. 엄밀히 말하면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복원이든 재현이든, 총탄 구멍은 매우 각별하다.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을 상징하는 흔적, 경교장에서 가장 극적인 흔적이기 때문이다. 총탄 구멍 앞에 서면 1949년 사진 속 유리창 너머 군중의 모습이 떠오른다. 통곡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착잡함에 한동안 발길을 옮길 수가 없다.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오면 유리창 너머 그 자리, 지금은 그냥 분주한 주차장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