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6년 5개월 만에 종전보다 0.25%포인트 높은 연 1.50%로 인상하면서 사상 최저금리 시대가 마감됐다. 수출 호조로 경제 성장률이 개선되는 국면에서 돈줄을 죄어 부동산 가격 안정, 가계부채 축소,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달러자금 유출방지 효과를 내려는 조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 완화를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서도 국제 경기 여건 등 불확실성 때문에 신중히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에 1, 2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점진적 정상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최근 2년 동안 금리를 4차례 올려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1.00∼1.25%다. 일본도 긴축을 검토 중인 터에 우리만 시중에 돈을 푸는 저금리를 고집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금리 인상 여파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연간 2조3000억 원가량 늘어나고 1인당 8000만 원꼴로 빚을 진 생계형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를 때 중소기업의 폐업 위험도가 최고 10.6% 올라간다는 한은의 분석은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줄 수 있는 충격을 경고한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9년 동안 가계와 기업의 부실은 저금리 효과에 가려져 있었다. 낮은 이자율 덕분에 한계가구와 좀비기업이 쉽게 자금을 빌려 고비를 넘기며 연명했다. 이제 금리 인상기에 진입하면 거품이 제거되면서 숨어 있던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긴축 과정에서 표면화하는 가계와 기업의 부실을 서서히 걷어내며 충격을 최소화하면 금리 인상을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체질 개선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이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2015년 말은 우리 경제가 체질 개선에 돌입할 수 있는 적기였다. 그러나 과도한 유동성 공급과 정치적 소모전으로 국가의 에너지를 소진하며 실기한 측면이 있다. 금리 인상은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진 양날의 칼이지만 비효율적 경제구조로는 투자 위축과 소비 감소라는 부작용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라도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좀비기업을 솎아내는 것과 더불어 기업이 차세대 핵심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이런 구조개혁 없이는 우리 경제가 금리인상의 부담을 견뎌내기 어렵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