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발사한 ICBM은 미국 제재에 대한 北의 저항
연말까지 미사일 실험 계속 반복될 수 있지만
새해에는 벼랑 끝 외교 대신 평화외교 전략 구사할듯
북한이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는 소식이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과 이어 지난달 21일과 22일 미국 정부가 내놓은 북한 테러지원국가 재지정 및 독자 경제 제재 확대 결정에 대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명확한 회답이다. ‘압력에 굴하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북한 측의 정보 부족이나 정세 판단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사실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중국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방문해 트럼프-시진핑(習近平) 회담의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을 것이다. 요컨대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일에 의한 ‘최대한의 압력’에 정면에서 대항한 것이다.
군사기술적으로 보자면 미사일이 로프티드(고각) 궤도로 약 53분간 비상해 고도 4000km 이상에 달했다는 것이니 신형 엔진을 탑재한 2단식 ‘화성-14형’의 개량형인 ‘화성-15형’이라 명명됐다. 미국 본토 전체를 사거리 안에 두는 것이다.
김정은이 실행하고 있는 것은 ‘벼랑끝 전술’, 즉 군사력을 이용한 공갈의 외교정책이다. 미 본토에 도달하는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그 개발이나 배치를 동결하는 대가로 트럼프 정권과 ‘딜(거래)’을 해 북-미 평화협정을 획득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또 설사 그것이 안 되더라도 그 사이 핵미사일을 완성시키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이다.
7월에 처음 ‘화성-14형’을 시험발사했을 때 김정은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미사일을 교섭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언명했다. 여기에는 그들 나름의 이중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어떻게 대응해 왔던가. 11월 상순 동아시아 순방에서는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내걸고 군사적인 압력이나 공갈을 내뱉으며 경제 제재를 최대화하려 했다. 그 정책에는 몇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는 ‘전략적 인내’를 내건 버락 오바마 정권과의 차별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잃어버린 시간을 돌려받으려는 것처럼 “테이블 위에는 모든 선택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항공모함을 몇 척이나 파견하면서 북한 비핵화의 실현에 의욕을 불태웠다. 김정은과의 교섭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둘째, 중국의 역할 확대다. 시 주석과의 두 번의 회담에서 경제 제재 확대를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북한과 관계를 가진 중국의 기업이나 개인, 금융기관에 제2차 제재를 주장해 이를 실행에 옮겼다. 게다가 평화 해결을 요구하는 시 주석에게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정지를 요구했다.
셋째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일 것이다. 미국의 항공모함 3척을 파견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와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언젠가는 실현될지도 모른다. 인생에서는 기묘한 일이 일어나는 법이다”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딜’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듯하다.
물론 북한의 미사일 실험 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미국의 방침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반응했다. 서둘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화할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다시 원유 공급 정지를 요구할 게 분명하다.
11월 29일 북한 정부 성명은 ICBM이 “완결 단계에 도달했다”고 전했으나 연말까지는 미사일 실험이 더 반복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 체력의 한계다. 김정은 위원장은 새해에는 ‘벼랑끝 외교’를 종결시키고 ‘평화외교’를 활발하게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정지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중국이 주장해온 ‘쌍중단’ 안을 받아들인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 장기간에 걸쳐 견인불발(堅忍不拔)의 정신으로 ‘봉쇄’ 정책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딜’을 선호하는 대통령은 방침을 변경해 현상 승인을 토대로 한 북한과의 교섭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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