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사태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시리아가 안정되길 바라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국제사회가 시리아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사드 정권’의 만행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4차 한-중동 협력포럼’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나라 중 하나는 시리아였다.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는 주요 갈등 사태를 짚어보는 ‘갈등 종식과 평화 구축’ 세션에서는 물론이고, 행사장을 찾은 외교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리아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적잖았다.
한국에선 관심이 적었지만 시리아는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도 수년 사이 가장 많은 아픔을 겪은 나라로 꼽힌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폭정과 이에 반발하는 반군 간 갈등으로 2011년부터 내전을 경험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 무장단체로 처음 국가를 세웠던 ‘이슬람국가(IS)’는 시리아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락까를 수도로 삼아 최근까지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그 결과, 시리아에서는 2011년 이후 약 40만 명이 숨졌고, 5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시리아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현 상황이 끔찍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또다시 큰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게 더 큰 이유다. 특히 새로운 위기는 시리아 내부만의 문제에 국한돼 있지 않다.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결이 더 복잡하다는 지적도 벌써부터 나온다.
바로 시리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다.
시리아는 IS 퇴치 과정에서 이웃 국가이며 군사력과 자원이 막강한 이란의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았다. 국제사회는 화학무기까지 동원해 자국민을 학살한 아사드 정권에 등을 돌렸지만 이란은 자국의 지역 영향력 확대와 이스라엘 견제 등을 중·장기 목표로 삼고 적극 도왔다.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훈련과 무기 지원은 물론이고 일부 지상전에는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이란군의 장성급 인사들 중 여러 명이 시리아에서 벌어진 군사 활동에 참여하다 사망했다는 분석도 있다”며 “이란이 그동안 얼마나 시리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는지를 짐작하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브루킹스연구소와 포린폴리시(FP)는 시리아의 전후 재건 사업에도 이란 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BBC 등은 지난달 초 이란 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 군사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군사 기지는 현 상태에서도 500여 명의 병력이 배치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향후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을 가장 중요한 주적으로 여기고 있는 국가이며 동시에 과거 골란고원을 놓고 시리아와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는 이스라엘은 이 같은 변화가 달갑지 않다. 아니,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시리아 내 군사기지 건설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 10월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만난 일반인들도 시리아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했다. 그들은 “이란이 시리아에서 군사력을 유지하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한다면 이스라엘은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될 것”이라며 “하마스나 헤즈볼라 같은 무장단체와의 갈등보다 훨씬 큰 부담이 될 것이고, 충돌 시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2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영문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알무스타끄발TV(레바논)와 알아라비야(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아랍권 언론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1일 시리아에 위치한 이란군 기지를 공격해 12명(이란군)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현재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관련 내용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음) 예상보다 시리아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즉 ‘시리아 사태’ 2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수도를 예루살렘이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하나인 예루살렘을 ‘적국’인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건 아랍권 국가들과 이란을 동시에 자극할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과 중동 국가들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요국의, 국제사회 차원의 중동 관련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 작업이 다시 한번 필요한 시기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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