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무정’은 1918년 7월 20일 신문관에서 발행됐다. 한 해 전 매일신보에 연재된 우리 문학사 최초의 현대 장편소설이다. 1000부가 발행된 1918년 초판본은 한국현대문학관과 고려대도서관 소장본 2부만 전해진다. ‘무정’ 출간 100주년인 2018년은 우리 문학 출판의 역사 측면에서 기념할 만하다.
중국 문학사에서 2018년은 구어체 백화문(白話文)으로 쓴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 루쉰(魯迅)의 ‘광인일기’ 100주년이다. 1918년 5월 잡지 ‘신청년’에 발표됐다. 피해망상에 빠진 사람의 일기 형식으로 전통 가족제도의 비인간성과 유교 도덕의 위선을 고발한다. 본명 저우수런(周樹人) 대신 필명 루쉰을 처음 쓴 것도 이 작품에서였으니, 문학적 자아로서의 ‘작가 루쉰’ 탄생 100주년인 셈.
유럽으로 눈을 돌리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2권,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가 1918년에 출간됐다. 작가는 제1권 ‘스완네 집 쪽으로’를 1913년에 자비로 펴내야 했지만, 이후 독창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프루스트는 제2권으로 1919년 공쿠르상을 수상하면서 비로소 문학적 영광을 누렸다.
시인·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스페인의 카스티야, 안달루시아, 갈리시아 등을 여행하고 쓴 산문집, ‘인상과 풍경’이 1918년에 나왔다. 로르카의 생애 첫 책이다. ‘소나무 숲에서 퍼지는 향기 사이로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리 바람이 강해도 소나무는 우단처럼 달콤한 선율을 따스한 리듬으로 노래한다.’(엄지영 옮김)
독일에서는 1918년 오스발트 슈펭글러가 ‘서구의 몰락’ 첫 권을 내놓았다. 1922년에 2권이 나온 이 책에서 슈펭글러는 역사를 살아 있는 유기체 비슷한 것으로 보았다.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등으로 혼란스러운 당시 유럽을, 발전의 정점에서 쇠락하기 시작한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에 견주었다. 같은 해 하인리히 만은 빌헬름 2세 시대 독일 사회를 묘사한 ‘충복’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6주 만에 10만 부가 팔렸다.
해마다 그해 100주년을 맞는 책을 한 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2017년에 100주년인 책 몇 권은 이렇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자서전’, 루돌프 오토의 ‘성스러움의 의미’, 크누트 함순의 ‘땅의 혜택’, 아서 코넌 도일의 ‘홈스의 마지막 인사’, 베아트릭스 포터의 ‘애플리 대플리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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