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처 예산 ‘연말 털어쓰기’ 고질병 올해도 되풀이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5일 00시 00분


정부 부처들이 예산 편성 때 사업비를 무리하게 잡았다가 미처 다 쓰지 못해 연말에 졸속 집행하거나 다음 해로 넘기는 국고 낭비가 올해도 반복될 듯하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사업비 500억 원이 넘는 주요 사업 446개 중 9월 말 기준 집행률이 60% 미만인 부처 사업이 63개에 이른다. 국방부의 병영시설 및 피복비 집행률이 58∼59%에 그쳤고 부산항 신항만 등 해양수산부의 주요 항만 개발사업은 당초 계획한 연간 진도에서 절반도 나가지 못했다.

재정사업이 계절별 진척도가 다르고 계획 변경이 수시로 이뤄지는 만큼 집행률에서 차이가 날 수는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관련 예산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후속 조치에는 소홀한 복지부동, 무사안일에 빠져 정부 사업이 표류 중이라면 혈세가 줄줄 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급커브 구간 등 대형 사고가 우려되는 도로를 고치는 ‘위험도로 개선 사업비’로 작년보다 32억 원 많은 1174억 원을 편성했지만 9월까지 절반도 집행하지 못했다. 올해 초부터 대통령 선거의 향배를 지켜보며 예산을 풀지 않았던 부처들이 대선 후에는 새 정권의 눈치를 보다가 집행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가.

예산 낭비가 반복되는 것은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예산 늘리기에만 집착하고 고통이 따르는 지출 구조조정에는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작년보다 20% 줄이는 구조조정을 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국회 상임위원회를 거치면서 철도 도로 지방하천정비 사업비 등이 대거 되살아났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사업을 앞다퉈 챙긴 결과다.

정부는 2015년 5.5%, 2016년 3.2%에 이르렀던 예산 불용률을 올해는 2%대 중반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 방침대로 부처들이 연말 예산 털어쓰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보도블록 뒤집기’ 같은 국고 낭비만 심해질 수 있다. 사업 추진을 독려하기에 앞서 지지부진한 예산사업의 타당성부터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부처 예산#연말 털어쓰기#정부 예산 졸속 집행#예산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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