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어제 국회를 찾아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최저임금제도 개선과 근로시간 단축 입법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금액 적용 시점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았고 근로시간 단축은 조만간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는데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 조정과 근로시간 단축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며 연내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올 들어 5번째 국회를 방문한 박 회장이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간 것은 여야가 싸우느라 입법에는 손도 못 댔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67.3%가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을 꼽았다. 기업 입장에선 그 정도로 절박한 문제다.
여야가 지난달 23일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해 8시간 이내의 휴일 근로의 경우 가산수당을 50%로 하고, 단계적으로 시간을 단축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할 때만 해도 매듭이 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용득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휴일근로 할증률 100%를 요구하면서 합의안은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재계가 우려하는 것은 입법 전에 대법원에서 휴일근무 가산수당 지급률 소송 5건에 대해 100% 지급 판결을 내리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근로기준법상 임금채권 유효 기간인 3년 치 휴일수당을 한꺼번에 지급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재계가 토해내야 하는 돈을 12조3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8조6000억 원이 직원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 몫이다.
대법원이 2011년부터 7년째 판단을 미뤄온 것은 법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마무리할 시간을 정부와 정치권에 주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여의치 않자 결국 내년 1월 공개변론을 시작해 이르면 2월경 판결이 나온다. 재계로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휴일수당까지 지급하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대기업은 어떻게든 버틴다 해도 중소기업엔 직격탄이 될 것이다. 국회가 기업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해를 넘기지 말고 이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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