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만화 주인공 아스테릭스는 힘이 세지는 ‘마법의 물약’을 마시고 로마 병사들을 혼내준다. 북유럽 바이킹들은 광대버섯으로 만든 약을 먹고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적에게 칼을 휘둘렀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피로를 잊게 한다는 ‘히로뽕(필로폰)’이라는 약을 군인부터 공장 노동자까지 광범위하게 투약했다. 메스암페타민 성분의 이 약은 독일군 사이에서 ‘페르비틴’으로 불렸다. 도핑(약물로 인한 체력 또는 집중력 증강)인 셈이다.
▷‘몸으로 싸우는 전쟁’이 사라지면서 도핑은 스포츠의 영역이 됐다. 사실 스포츠 도핑의 역사도 전쟁만큼 오래됐다. 그리스 고대 올림픽 선수들은 양의 고환을 먹고 경기에 나섰다. 동물 고환에서 근육강화제인 스테로이드 성분을 추출할 수 있으니 근거 없는 처방은 아니다. 전차 경주에 앞서 약초차를 마셨다고도 한다. 각성제 성분일 가능성이 있다.
▷도핑은 선수들에게 치명적인 유혹이다. 미국 의학자 밥 골드먼이 쓴 ‘라커룸에서의 죽음’(1984년)이라는 책에는 ‘골드먼의 딜레마’가 나온다. 운동선수들에게 “검사에 안 걸리면서 성적을 보장해 주는 약물이 있다면 부작용으로 5년 뒤 사망하더라도 복용하겠느냐”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 절반이 “약을 먹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2011∼2015년 조직적으로 도핑 결과를 조작해 5일(현지 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평창 올림픽 출전 금지를 당한 러시아는 국가가 도핑의 유혹에 넘어간 경우다.
▷겨울스포츠 강국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은 자칫 평창 겨울올림픽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뻔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약물 검사를 통과한)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게 할 것”이라고 밝혀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본인의 선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피겨스케이팅에서 ‘제2의 김연아’로 불리는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 같은 러시아 스타들을 평창에서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포기할 수 없는 무대다. 4년을 준비해 왔다”며 러시아 출전 금지에도 개인 자격 참가 의지를 불태웠던 한국 출신 쇼트트랙 스케이팅 선수 빅토르 안(안현수). 그를 평창에서 다시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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