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3분의 1, 중국 10분의 1인 한국 R&D 투자증가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2일 00시 00분


지난해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이 세계 평균의 3분의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세계 2500개 기업의 투자 실태를 분석한 ‘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100위권에 삼성전자(5위), LG전자(50위), 현대자동차(77위), SK하이닉스(83위) 등 국내 4개 기업이 올랐다. 한국 기업의 평균 R&D 투자 증가율은 1.9%로 세계 평균(5.8%)의 3분의 1, 중국 기업(18.8%)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글로벌 추세와 달리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가 부진한 것은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기라는 뜻이다. 기업들이 당장 급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는 데다 대기업 관련 세제지원 축소로 중장기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최근 R&D 투자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서 2007년 세계 8위 수준이던 기업의 혁신 경쟁력이 올해 18위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투자를 집중해야 할 시기에 R&D 투자 부진은 혁신기술 부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의 R&D는 장기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 규모만 확대하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비효율을 반복해온 측면이 있다. 기술 선진국이 되려면 오랜 기간에 걸쳐 시행착오를 거치며 경험을 쌓고 기술력을 축적해 가는 ‘스케일 업(scale-up)’이 필수지만 그런 축적의 과정은 한국 경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대기업 중심의 R&D 덕으로 지금은 우리 경제가 반도체 호황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으나 제약 서비스 소프트웨어 분야 등은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한국의 R&D 투자 규모가 69조 원으로 세계 5위, 전체 경제규모 대비 비중은 4.24%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지만 투자 증가율이 이렇게 바닥이란 사실은 우리의 미래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한다. 더구나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R&D 세액공제 혜택을 줄인 것은 민간의 투자 의지를 스스로 꺾는 조치가 될 우려가 크다. R&D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미래 성장동력을 자체적으로 키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기업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쏟아붓고도 성과를 금방 내기 힘든 장기전인 만큼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풍토로는 꾸준한 투자가 어렵다. 민간이 주도하는 기술 개발을 정부가 측면에서 지원하는 R&D 중장기 플랜을 짤 필요가 있다.
#한국 연구개발#r&d#한국 r&d 투자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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