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권의 나무 인문학]변하는 것이 아름답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2일 03시 00분


<24> 일본잎갈나무

날이 추워지면 갈색으로 색이 바래는 일본잎갈나무는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하는 나무다
날이 추워지면 갈색으로 색이 바래는 일본잎갈나무는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하는 나무다
소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일본잎갈나무는 ‘일본의 잎갈나무’를 의미한다. 잎갈나무는 ‘잎이 떨어지는 나무’라는 뜻이다. 일본잎갈나무의 다른 이름은 일본낙엽송(日本落葉松) 혹은 부사송(富士松)이다. 일본낙엽송은 ‘일본의 잎 떨어지는 소나무’를 뜻하고, 부사송은 ‘일본 후지산의 소나무’를 의미한다. ‘조선낙엽송(朝鮮落葉松)’이라 부르는 잎갈나무가 우리나라 원산이라면 일본잎갈나무는 일본 원산이다.

프랑스 식물학자 카리에르(1818∼1896)가 붙인 일본잎갈나무의 학명(Larix kaempferi (Lamb.) Carri‘ere)에는 나무의 수지(樹脂)를 강조했다. 학명 중 속명 라릭스(Larix)는 유럽잎갈나무의 고명(古名)이며, ‘풍부’를 의미하는 켈트어의 ‘라르(Lar)’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라릭스는 나무에 기름이 많다는 뜻이다. 일본잎갈나무는 잎갈나무에 비해 잎이 많다.

일본잎갈나무는 낙엽송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소나뭇과면서도 잎이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물 이름 중 일본잎갈나무나 잎갈나무나 나무 이름 앞에 ‘잎갈’을 붙이는 것은 개잎갈나무의 ‘개잎’이나 사철나무의 ‘사철’만큼이나 나무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나무를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가 낙엽수를 의미하는 ‘갈잎나무’와 상록수를 의미하는 ‘늘푸른나무’이기 때문이다. 잎을 가는 나무는 일본잎갈나무 외에도 아주 많고, 잎을 갈지 않는 나무는 개잎갈나무와 사철나무 외에도 아주 많다.

일본잎갈나무는 1904년경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금강산을 비롯해 추운 곳에 사는 잎갈나무 혹은 만주잎갈나무와 달리 일본잎갈나무는 따뜻한 곳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그래서 한반도 남부지역에서는 소나무 군락 사이에서 살아가는 일본잎갈나무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일본잎갈나무는 늘 푸른 소나뭇과면서 잎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나무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다. 특히 소나무가 푸른 색깔을 한층 뽐낼 늦가을 즈음에 누른색으로 물드는 잎본잎갈나무의 모습에서는 소나무와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일본잎갈나무의 단풍은 변하는 자만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하늘 높이 자란 일본잎갈나무의 단풍을 바라보면 까칠한 마음이 금세 촉촉해진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소나뭇과#갈잎큰키나무#일본잎갈나무#일본의 잎갈나무#일본낙엽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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