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혼동되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내일 봬요’다. 올바른 표기가 ‘뵈요(×)’인지 ‘봬요(○)’인지가 혼동되는 것이다. 예를 보자마자 비슷한 관계에 놓인 예가 떠오르길 기대한다. 맞춤법은 낱낱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비슷한 원리가 서로 관계를 이루는 다양한 예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되요(×), 돼요(○)’가 떠올랐다면 조금은 자부해도 좋다. 맞춤법 이해를 위한 관계 짓기 훈련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니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돼요’가 올바른 표기가 되는 이유도 함께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 ‘돼요’에 대해 ‘맞춤법의 재발견3’에서 논한 바 있다.
간단히 그 원리를 확인해 보자. ‘돼요’의 기본형부터 잡아보자. ‘되다’다. 국어에는 ‘돼다’라는 말은 없다. ‘돼’는 ‘되어’의 준말이다. 우리가 ‘-어’ 없이 ‘되-’를 쓰는 것은 마치 ‘밥을 안 먹어’를 ‘밥을 안 먹’이라고 쓴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냥 ‘되요(×)’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어’를 빼고 ‘밥을 안 먹요(×)’라고 말한 것과 같다. 그럼 이것을 ‘내일 봬요’에 적용해 보자. 기본형을 잡는 것이 먼저다. ‘뵈다’가 기본형이다. 이 단어가 어색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생각보다 흔히 사용되는 말이다. 예문을 보자.
그분을 뵈면 돌아가신 아버님이 생각난다. 어르신을 자주 뵈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바로 질문이 나와야 한다. 여기서 ‘뵈다’는 ‘보다’로 바꿔야 되질 않느냐고. 좋은 질문이다. ‘그분을 보면’이나 ‘어르신을 자주 보아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문장은 된다. 하지만 예의 바른 것은 아니다. ‘그분’이나 ‘어르신’은 문장의 주어보다 높은 사람이다. 높은 사람에게는 ‘보다’를 쓰지 않고 ‘뵈다’를 써야 더 예의 바르다. 높임을 반영한 더 좋은 문장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더 나오면 좋겠다. ‘보는 상대’를 높이기 위한 말은 ‘뵙다’가 아닌가. 아주 멋진 질문이다. 단어들의 관계를 보는 멋진 한 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다’를 높이는 말에는 ‘뵙다’도 있다. 실은 ‘뵙다’에 ‘뵈다’보다 조금 더 높임의 의미가 들어 있다. ‘보다, 뵙다’의 관계는 ‘여쭈다’, ‘여쭙다’의 관계와 같다. 둘 다 질문을 듣는 상대를 높이지만 ‘여쭙다’가 ‘여쭈다’보다 조금 더 높다.
기본형 ‘뵈다’를 확인했으니 ‘뵈요(×)’가 왜 잘못된 표기인지를 설명하기가 쉬워졌다. ‘뵈요(×)’로 적는 것은 마치 ‘안 먹요(×)’라 적은 것과 같다. ‘먹어요’에서 ‘-어’가 있어야만 우리말인 것처럼 ‘뵈-’에도 ‘-어’가 있어야만 올바른 우리말이 된다. ‘봬요’는 이 ‘뵈어요’의 준말이다. 손전화의 문자는 구어를 그대로 반영하는 일이 많다. 구어에서는 준말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니 ‘봬요’가 훨씬 더 많이 쓰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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