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서랍 속 연구 데이터 모아 새로운 지식자산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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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중력파의 실재를 확인한 ‘라이고-비르고 연구단’에 돌아갔다. 전 세계 16개국, 60개 기관, 900여 명의 과학자가 세계 최대의 중력파 검출기인 ‘라이고’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여 이뤄낸 쾌거다. 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된 인공지능 알고리즘 ‘딥러닝’의 발견도 연구 데이터 공유가 핵심 동력이었다. 2009년 스탠퍼드대 등이 ‘이미지 넷’을 통해 공개한 1500만여 장의 기계학습 데이터가 세계적인 인공지능 기술경쟁과 ‘딥러닝’ 기술 개발의 모태가 된 것이다. 연구 데이터의 공유를 통한 집단지성의 활용이 과학 탐구와 새로운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의 누적과 이를 분석하는 컴퓨터 성능의 기하급수적 발달로 연구 데이터의 활용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또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달로 고성능 컴퓨팅에 대한 접근장벽도 낮아지고 있다. 연구 데이터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여 대규모 데이터 분석에 나설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연구 최종 성과물뿐만 아니라 연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 데이터까지 개방하고 공유하는 ‘오픈 사이언스’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를 통해 다양한 연구자가 이를 활용하여 손쉽게 새로운 후속 연구와 사업화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 정부도 오픈 사이언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연구 데이터 관리 및 공유에 대한 지침 규정’을 발표했고 유럽연합(EU)은 연구개발(R&D) 성과와 데이터 공개를 지원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OpenAIRE’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연구 데이터 처리에 관한 원칙’을 수립했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오픈 사이언스, 특히 연구 데이터 공유·활용을 국가 R&D 정책의 핵심 어젠다로 보고 관련 전략을 준비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빠른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연구 데이터의 공개를 통해 국가 R&D에 집단지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월 ‘연구 데이터 지식자산화를 위한 모아서 새롭게 확대 TF’를 출범하고 ‘연구데이터 공유·활용 체계 구축 전략’을 마련 중이다. 그동안 연구 성과물로 관리되지 않았던 중간 데이터나 실패로 규정돼 사장됐던 데이터를 각 연구자의 PC, 캐비닛 속에서 꺼내 ‘국가 연구 데이터 공유·활용 체계’ 내로 한데 모아 공개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바이오·소재·인공지능·대형 연구장비 분야에서 연구 데이터를 집적하고 공유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R&D 전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이다. 또한 연구자들이 모아진 데이터를 손쉽게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분석 도구와 데이터 분석·활용 전문 교육도 제공한다. 연구 데이터 공유·활용 정책이 연구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데이터를 공유한 연구자에 대한 보상책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도 신속하게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연구 데이터 정책 성공을 위해 제도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요건은 현장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참여다. 연구 데이터를 공유하는 노력이 단순히 부담스러운 행정업무가 아니라 국가 R&D의 저변을 확대하고 새로운 지식 발견과 가치 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책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속도가 생명이다. 연구 데이터 공유 체계와 정책은 잘만 착근된다면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적 기반과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결합하여 큰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연구기관, 연구자들의 과감한 인식 전환과 노력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역량을 모을 때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데이터#지식자산#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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