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공식 자문기관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어제 4개월 동안의 활동을 마치며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담은 최종 권고안을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사외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금융혁신위는 아울러 민간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도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근로자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제도다. 근로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와는 차이가 있지만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의 의견을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역할은 다르지 않다. 노동계는 노동이사제나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하면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측근으로 사외이사진을 꾸리는 등의 경영 독단을 막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회사 가치나 주주 이익의 극대화보다 노조에만 유리한 경영 결정이 나올 우려도 크다.
금융혁신위의 권고는 가뜩이나 고액 연봉으로 ‘귀족노조’ 소리를 듣는 금융권 노조가 CEO 선임이나 임금 인상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노동이사제는 노사관계가 협력적인 독일 등 유럽에서 주로 도입한 제도다. 적대적 성향의 노사관계가 많은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 오히려 의사결정을 더디게 해 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만으로도 노조의 경영 간섭이 심해질 것이 뻔한데 금융혁신위는 ‘근로자의 과당 경쟁을 유도하는 평가(KPI) 방식을 개선하라’는 금융노조의 주장까지 권고안에 포함시켰다.
권고 사항이라고 해도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최 위원장이 “권고안을 마련해주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한 만큼 정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민간 금융기업으로서도 무시하기 어렵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경영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제도다. 금융혁신위조차 ‘지배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니 이해관계자 간 심도 있는 논의를 하라’고 전제했을 정도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데 이렇다 할 공청 과정도 없이 자문기구 권고만을 근거로 삼을 판이다. 이런 것이 바로 관치(官治) 아니고 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