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체 가구의 43%에 해당하는 약 835만 가구가 임차로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무주택자로 이 중 약 84%가 민간 소유의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민간임대주택 대부분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다주택자들이 1, 2채의 여유 주택으로 공급하고 있어 민간 임대차시장은 늘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공임대주택이 이를 모두 커버할 수는 없다. 재정적 부담이 크고 수요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전 정부에서 나온 것이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사업이다. ‘뉴스테이’라고 명명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사업은 주택도시기금의 투융자와 각종 세제감면 혜택, 그리고 싼 택지 공급 등을 통해 기업들이 임대차시장에 들어오도록 한 사업이었다.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았던 뉴스테이는 정부 지원, 임대차시장의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및 저금리 장기화 등 시장 변화가 겹치면서 비로소 자리를 찾았다.
물론 비판도 적지 않았다. 뉴스테이가 공공임대주택과 유사한 공적 지원을 받지만, 공공성은 공공임대주택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에 대응하여 정부가 얼마 전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내놓은 것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이다. 뉴스테이의 사업구조는 유지하되, 공적 지원과 공공성 확보를 연계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에는 공적인 지원이 주어지는 대신, 임대 기간과 임대료 상승률에 대한 제한 외에 입주자 자격요건과 임대료 수준에 제한이 있으며, 공급물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정책적 배려대상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등의 의무가 뒤따른다. 이번 제도개선은 민간임대주택의 공급 활성화와 서민 등의 주거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민한 결과물로 읽힌다.
공적 지원에 상응한 공공성을 부여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이런 올바름이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성이 강화돼도 수익률 저하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공공성 강화로 민간임대주택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적 지원과 공공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임대주택시장을 확대시켜 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정책의 일관성이다. 정부가 신뢰를 주지 못하면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모처럼 싹이 튼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시장이 안착을 해야 주거안정을 이루는 기둥의 하나가 완성된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의 활성화를 통해 임차 가구들이 원하는 곳에서, 적절한 부담으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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