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건너뛰기’ 개헌, 안 될 일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3일 00시 00분


국회는 22일 본회의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연장을 둘러싼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은 여당이 정치적 의도로 밀어붙이는 개헌 시도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시기를 못 박지 않고 개헌특위만 연장하는 것은 개헌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며 팽팽하게 맞섰다. 집권당과 제1야당 간 개헌 논의를 둘러싼 상호 불신의 골은 깊고 가파르다.

내년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주장하는 여당은 권력구조와 선거구제 개편에서 개헌특위가 평행선을 달리자 ‘청와대 주도 개헌’까지 내비친다. 여당 원내대표가 ‘별도 방안’ 운운한 것이 그 뜻이다. 여소야대 구도를 외면한 청와대발(發) 개헌 추진은 무리이고 성사 가능성도 낮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여당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곤란하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때 ‘정권 심판론’을 승부수로 띄울 생각인데 여권이 개헌 정국으로 맞불 놓기를 할 것이라고 의심한다.

6월 항쟁의 산물인 ‘87 헌법’의 피로 현상은 심각하다. 30년 동안 전직 대통령 6명이 집권 중반 이후 레임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퇴임 후 하나같이 불행한 길을 걸었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그중 한 명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직을 내려놓는 비극마저 겪었다.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담아낸 촛불집회로 태어난 현 정부 역시 제왕적 대통령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적폐청산 명분 아래 법적 근거가 약한 특별위원회나 태스크포스(TF)가 칼을 마구 휘둘러 개혁 피로감이 극심하다. 권력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개헌은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

시대적 소명을 다한 87년 헌법을 수술하지 않고선 분권과 협치는 공허하다. 최고(最高)법에 이런 정신을 구체화하는 조문을 넣을 필요도 있다. 가령 국무총리 국회 추천이나 국무회의 의결기구화 등을 헌법에 담는 방안이다. 여야는 즉각 개헌특위를 연장해 생산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당리당략에 빠진 여야의 직무유기로 청와대가 불쑥 개헌안을 내놓는 사태는 필경 소모적인 정쟁과 국론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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