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이 적용된다. 역대 최고액(1060원) 인상을 눈앞에 두고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이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3년 내 최저임금 시급 1만 원 대선공약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만 저소득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려면 최저임금 인상보다 핀포인트형 지원이 낫다는 설명이다.
현 정부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어 위원장의 소신발언은 최저임금 제도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웅변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르면 지금보다 한 해 81조5259억 원의 인건비가 추가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자영업자와 중기 고용주의 43.4%가 “내년에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겠다”고 답한 한 구인·구직회사의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어 위원장도 “영세 자영업자와 그곳에 속한 근로자에게 충격이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이다.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매년 15.7%씩 올려 1만 원을 맞추겠다고 공약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7월 정부 계획보다 한발 더 나아가 16.4% 올리기로 결정한 데 대해 어 위원장은 “정권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이 올라가면 복지와 성장으로 이어져 긍정적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실제 소득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고용 유지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부담을 호소하는 현실은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를 앗아갈 수도 있음을 예고한다.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숙식비를 포함하는 영국 프랑스나 숙식비와 팁을 포함하는 미국 등과 달리 우리는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최저임금에 해당돼 기업 부담이 크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10%가 오르면 고용이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선공약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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