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7년이 우리 삶에서 떠나는 데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이 정말 무섭게도 지나간다. 역시 한국 속담 중 ‘세월엔 장사가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시간이 많이 흘러 나는 벌써 9번째로 나의 한국 신년을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어제 지나간 크리스마스보다 지금 남은 며칠이 날 더욱 설레게 만든다.
한 해 동안 나와 함께해 준 모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신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남은 시간이 나를 더욱 들뜨게 만들며 오늘도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그 어떤 연휴 때도 쓸쓸하지는 않지만, 연말만큼은 몽골에서 보내고 싶어진다. 즐거운 연말 파티를 하고 싶어서이다. 사실 몽골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보다 연말을 더 챙긴다. 몽골 사람들은 한국인의 상상 이상으로 성대하게 파티를 열어 연말을 기념하고 모두가 즐겁게 보낸다.
몽골 사람들은 몇 달 전부터 연말 파티를 계획한다. 어린이집, 유치원부터 직장인들에 이르기까지 한 해 동안 누가 성과를 많이 내고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이었는지 평가하고 칭찬한다. 상을 받기 위한 경쟁도 만만치 않다. 여러 사람의 심사 끝에 상을 받으면 그건 사람들에게 더 큰 자극이 된다.
한국 사람들은 취업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노력 끝에 취업에 성공해도 산 넘어 산이란 말이 있듯 실적 때문에 몸과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치열한 노력 끝에 조직이나 부서에서 인정받게 된다고 해도 상을 주거나 보상을 해주는 것은 대개 조용조용 이뤄진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그것을 과시하려는 본능이 있을 것이다. 정말 내가 한 일과 노력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그 노력에 맞는 결과가 나왔는지. 그랬을 경우, 조직 구성원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자랑스럽게 상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좋을까. 물론 겸손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열심히 일한 나에게 정당하게 온 상을 한 번쯤은 자랑해도 되지 않을까.
몽골의 회사에선 연말 파티에 모든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 동안 열심히 활동한 것을 기억하면서 최고의 인재들을 골라 시상을 한다. 연말 파티엔 회사 청소원부터 경비원, 대리, 과장, 사장 등 모든 사람이 함께한다. 이런 모임은 한국에선 거의 드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몽골의 연말 파티만큼은 평등한 시간이다. 이날 파티 참석자들은 수수한 옷차림이 아니라 연예인 시상식만큼이나 화려하게 치장한다. 그리고 12월 31일 밤,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고 신년을 맞이한다.
12월 31일 밤 12시 정각이 될 때, 식탁 위에 있는 샴페인을 터뜨리며 모두가 한목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외친다. 서울의 광화문광장 같은 몽골의 큰 광장에서는 불꽃놀이가 열린다. 해외에서 살거나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에게서 밤 12시 ‘땡’ 하기 전에 안부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 정말 화려하면서도 행복한 순간들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공주와 왕자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자란다. 한때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공이자 공주, 왕자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지만 커가면서 그런 생각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가끔은 어릴 적 우리의 모습을 되찾아 공주나 왕자로 변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국에서도 365일 중 하루 마법 같은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 즐겁게 파티를 여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연예인들만 예쁘고 화려한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우리도 하루쯤 연예인처럼 가꿔 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소녀 같은 생각이 든다.
또한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 상장 하나라도 받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몽골 사람들처럼 격식을 깨고 화려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상을 하나쯤 받을 수 있다면 정말로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삶을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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