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문장 모두 올바른 표기다. ‘서울은 정말 멋지대’가 올바른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 맞춤법 원리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는 ‘-다고 해’의 준말이다. ‘ㅐ’를 표시해 원말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개별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곤란하다. 첫째는 ‘멋지대’만 맞고 ‘멋지데’라는 표기는 틀렸다고 생각하게 된다. 한 가지의 앎이 또 다른 앎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둘째는 ‘멋지대’와 관련된 다른 말들과의 관계를 무시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더 쉬운 두 번째 문제부터 풀어보자. ‘-다고 해’의 준말이 ‘-대’라는 것은 짝을 이루는 말들도 같은 규칙을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짝을 이루는 문장을 만들어 ‘-다고 해 → 대’의 규칙을 적용해 보자. 관계를 읽어 앎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서울은 정말 멋지다고 해 -> 멋지대 서울은 정말 멋지냐고 해 -> 멋지냬 서울에 가보자고 해 -> 가보재 서울에 가보라고 해 -> 가보래
모두 규범에 맞는 표기다. ‘멋지냬, 가보재’가 낯설 수 있다. 컴퓨터 자판에 입력해 보자. 붉은 줄이 분명히 그어진다. 맞춤법 검사기조차도 이 표기들을 오류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왜 그러한가?
‘-다고 해’를 ‘대’로 줄이는 것은 ‘입말(음성언어)’에서 주로 일어나는 일이다. 이전에는 문학 작품이 아니라면 준말을 문자로 표기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요사이 손전화나 SNS상에서는 말하는 대로 적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준말 표기도 그중 하나다. 일상의 준말을 모두 표기법으로 정해 예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맞춤법 검사기가 ‘멋지냬’를 오류라 판단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미 아는 맞춤법 원칙을 확장하는 능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다고 해→ 대’로부터 ‘멋지냬, 가보재’를 이끌어 내는 것은 더 많은 표기를 가능하게 한다. ‘하대, 하냬, 하재, 하래/만든대, 만드냬, 만들재, 만들래’ 등을 규범에 맞게 적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 마지막 문제가 남았다. ‘서울은 멋지데’에서의 ‘데’는 무엇일까? 우리는 이 ‘-더-’를 ‘-던지’와 ‘-든지’를 구별할 때 보았다. 국어의 ‘-더-’는 지난 일을 돌이켜 말할 때 쓰는 말이다. 돌이켜 보니 ‘서울이 멋지더라’는 의미가 이 ‘데’에 반영되어 있다. ‘멋지더라’의 ‘-더-’와 ‘멋지데’의 ‘-데’에 들어 있는 ‘-더-’가 같다는 사실에 주목하면 ‘데’를 써야 할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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