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어제 신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 출신의 김영준 전 다음기획 대표를 임명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송성각 전 원장이 지난해 10월 사퇴한 지 1년 2개월 만에 이뤄진 ‘적폐청산’이 결국 낙하산인 셈이다. 전날 선임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문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지낸 김용익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었다. 도로공사와 국민연금공단, 산업인력공단 등 이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수장으로 앉은 공공기관에 이어 곳곳에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기 사람을 보내는 이유를 정부는 국정철학이 같은 기관장을 통해 정책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임 보수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국정의 사사화(私事化)를 비판했던 ‘도덕적 진보’ 정부가 과거의 구태를 따라 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더구나 전문성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집착한 인사는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비리의 온상이 되기 십상이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장에 홍기택 교수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키운 것이 지난 정부였다. 전문성이 떨어지는데도 개국공신이라는 이유로 전리품 나눠 주듯 공공기관 장(長) 자리로 보상하는 것은 국민이 기대하는 공정사회와도 거리가 멀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며 탕평인사를 다짐했다. 이달 초엔 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이 크다”며 엄단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도 공공기관 낙하산이 이어진다면 문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세력에 대해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이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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