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과의 통합 의사를 묻는 국민의당 전 당원 투표 결과가 찬성 74.6%로 나타났다. 통합을 주도해 온 안철수 대표는 재신임을 받았다. 안 대표는 결과 발표 직후 “좌고우면하지 않고 통합의 길로 전진하겠다”고 했다. 통합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당장 국민의당 지도부는 1월 초순 통합 추진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2월까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마무리할 태세다.
하지만 민심은 냉담하다. 안 대표는 ‘실천적 중도개혁정당’을 앞세우고 있지만 지방선거용 정치공학이라는 반대파의 비판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중도정당 지지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변화에 대한 의지와 새로운 가치에 대한 비전은 오간 데 없고 찬성파와 반대파의 이전투구만 난무한다. 통합 반대파는 23%의 투표율로는 투표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에 염증을 느낀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국민의당과 안 대표에게 지지를 보냈다. 이후 보인 국민의당의 행태에 실망한 사람이 많지만 중도·실용 정치에 대한 기대는 아직도 유효하다.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6·13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탄생하지도 않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정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14.2%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10.1%)을 앞섰다. 지역이 기반이 되는 기형적 양당 구조를 가치와 정책을 축으로 하는 다당제로 바꾸자는 것은 한국 정치의 오랜 숙제다. 안 대표가 이 숙제를 어떻게 해내는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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