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의 총장 임용 지연과 관련해 일부 대학에서는 아직까지 그 후유증으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영국의 총장 지명제도에서 우리가 보고 배울 점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의 대학관리 체계는 의원내각제와 유사하다. 영국에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라는 오랜 역사의 대학이 있다. 두 대학 모두 대학 당국이 총장을 지명해 임명한다. 하지만 경쟁자가 있을 경우 선출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부총장은 지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옥스퍼드의 경우, 정치적 당적 및 무소속 후보자들이 입후보해 선출·지명된다. 외교장관과 홍콩 총독을 지낸 크리스 패튼이 2차 경선을 거쳐 과반수 표를 얻어 2003년부터 재직하고 있다. 이곳의 부총장은 아일랜드 출신의 대테러전문 연구를 주 전공으로 하는 여성인 루이즈 리처드슨 교수이다.
케임브리지의 경우, 2011년부터 영국의 유통체인점인 세인즈버리의 증손자인 데이비드 세인즈버리 경이 163년 만에 선거를 통해 지명됐다. 부총장의 경우, 교수 출신인 스티븐 투프가 맡고 있다.
두 대학 사례를 보면 영국의 총장과 부총장의 역할을 알 수 있다. 총장은 대체로 명예직이다. 부총장은 실무적인 측면에서 대학 운영에 관여한다. 케임브리지대 총장은 대학 규정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고 하부 소속 대학들에 대한 감찰을 한다. 대학이 주관하는 주요 행사나 의식의 의장, 특히 졸업식에서의 학위 수여도 총장 몫이다.
부총장의 임무가 중요하다. 제1의 학문적, 행정적 관리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대학평의회와 평의회 산하 재정 및 학부 총회의 의장을 맡게 된다. 또한 전체 대학에 대해 학문적, 행정적 지도력을 발휘하고, 대외적으로 대학을 대표한다.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는 일도 부총장의 몫이다.
영국의 원격 평생교육 대학인 개방대학(Open University)의 제6대 총장은 44세 여성 사업가인 레인 폭스가 맡고 있다. 글로벌 여행 웹사이트인 ‘라스트미닛닷컴(LastMinute.com)’의 설립자이고, 영국 유통업체인 마크스앤드스펜서에서 비상임 이사를 지내는 등 기업 경력이 풍부하다. 부총장은 BBC월드서비스에 근무했던 피터 호룩스가 맡고 있다. 총장과 부총장 모두 기업체 출신이며, 17만8000명의 거대 개방대학을 책임 있게 이끌어가는 대학의 행정책임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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