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신년 인터뷰에서 “20대 국회에 발의된 기업 관련 법안 1000여 건 중 690여 건이 규제 법안”이라고 한탄했다. 수차례 국회를 찾아가 규제완화를 요청했지만 오히려 규제를 늘렸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가능한 일이 우리나라에 불가능하면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이겠느냐”고도 반문했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규제완화를 요구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2016년 5월 개원한 20대 국회는 초기부터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기업 활동을 옥죄는 입법을 쏟아냈다. 기업은 그저 규제 대상이었다. 1997년에 폐지된 대형마트 허가제를 재도입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나 공기업이 매년 채용 정원의 5%를 의무적으로 청년층으로 채우도록 강제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 등 기업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았다.
반면 규제완화를 위한 법안들은 사사건건 발목이 잡혔다.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지만 여당인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여당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이 법안이 대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며 규제샌드박스 도입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야당은 규제프리존이 먼저라며 맞서고 있다. 양 법안의 차이는 지역단위의 규제완화냐, 산업과 기술단위의 규제완화냐의 차이뿐이다. 하지만 정략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여야가 서로 핑계를 대며 혁신성장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승자 독식’이다. 빠르게 진입해야 더 많은 고객을 모아 시장을 독차지한다. 한국은 규제 때문에 시작조차 못한 공유자동차 분야에서 중국의 디디추싱은 지난해 기준 기업가치 500억 달러(약 53조 원)로 창업 5년 만에 세계 2위의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이 됐다. 중국에서도 공유자동차 서비스는 합법 여부가 모호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일정 규모로 성장한 뒤 사후규제로 문제를 풀었다. 오늘날처럼 새로운 기술이 실시간으로 나오는 시대에는 한국도 최소한만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제2의 삼성전자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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