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광표]분노 다스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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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국보 1호 숭례문에 불이 났다. 70대 노인의 방화였다. 그는 “토지 보상가가 너무 적어 세상에 복수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 6월엔 경남 양산의 고층아파트에서 40대 주민이 밧줄에 의지한 채 외벽 작업 중이던 근로자의 밧줄을 자르는 바람에 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자리를 못 구해 술 마시다 홧김에 밧줄을 잘랐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수리 기사는 자기 인터넷 속도만 느려져 주식 투자에서 손해를 봤다고 믿은 50대 고객의 화풀이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모두 분노조절장애에서 비롯된 범죄다.

▷분노조절장애는 분노 욕구에 의해 자신의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느닷없이 화를 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증상이다.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2016년 이런 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4937명에서 5920명으로 19.9% 증가했다. 2015년 대한정신건강의학회 조사를 보면 성인 절반 이상이 분노 조절이 잘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각종 충돌, 운전 도중 발생하는 돌발행동만 봐도 분노조절장애가 일상화됐음을 알 수 있다.

▷분노는 본능적인 감정이다. 누군가는 인간의 탄생 자체가 분노로 가득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안온한 엄마의 자궁 속에서 예측불허의 세상으로 쫓겨나는 것이니,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아기의 첫울음은 분노의 절규가 아닐 수 없다. 그 인간적인 감정도 잘 조절하지 못하면 병이 된다. 분노를 평소 지나치게 억압하지 않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억압된 분노는 언젠가 분노조절장애를 일으키고 끝내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가타다 다마미는 ‘왜 화를 멈출 수 없을까’라는 책에서 화내는 기술에 대해 조언한다. 첫째, 왜 화가 났는지 상대에게 정확히 말할 것. 둘째, 말하면서 상대의 입장을 고려할 것. 셋째, 내 불만을 표출했다고 해서 늘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받아들일 것. 평범한 말 같지만, 최소한 이 세 단계만 실천해도 분노 폭발은 예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광표 논설위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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