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7일 노동행정 전반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15개 조사과제가 담긴 내용을 발표했다. 조사 대상에는 주요 기업들이 특정 노조 활동가들의 재취업 등을 제한했다는 이른바 ‘노동계 블랙리스트’ 의혹이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노동개혁 정책 중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에 청와대의 부적절한 외압이 있었는지도 조사한다. 지난 정부의 노조탄압부터 노사관계와 노동정책까지 전 분야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정당한 노동운동에 대한 정부나 기업의 불법적인 탄압이나 외압은 조사해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고용부의 적폐청산위원회라고 할 수 있는 개혁위는 노조가 제기한 문제만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경영계가 문제를 제기한 노조의 고용세습과 같은 일부 정규직 노조의 불공정 단체협약은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당초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외에도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의 경제단체 의견까지 폭넓게 수렴해 반영하겠다는 말과는 사뭇 다르다. 위원장인 이병훈 중앙대 교수를 포함한 개혁위 위원 10명 대다수가 친(親)노동계 인사로 구성됐으니 시작부터 균형감을 잃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한국노총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취임 초부터 노동계에 편향된 정책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김 장관은 “노동계든 기업이든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기관 성과평가제 폐지 등 노동계의 목소리만을 대변해왔다. 한번 고용되면 아무리 일을 못하고 조직 분위기를 해쳐도 해고할 수 없는 대기업의 경직된 고용시장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노동계의 대표적인 적폐다. 이를 방치하고 다른 곁가지만 건드린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은 요원하다. 노(勞)와 사(使)의 양쪽 날개로 날아야 한국 경제도 비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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