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어제 기존 노사정위가 아닌 새로운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제안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국노총과 민노총 등 양대 노총 대표, 고용노동부 장관과 노사정위원장 등 6명이 형식이나 내용에 관계없이 24일 만나자는 것이다. 친(親)노동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기존 틀을 깨고서라도 양대 노총과 대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의 노동계 간담회에서 사실상 노사정위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1999년 2월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한 번도 정부 및 경영계와 공식적인 틀에서 노동시장 개혁 등 사회적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민노총은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의 노동계 초청 만찬에 불참했고 올해 노사정위 신년인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민노총을 향해 “1년만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 달라”고 했지만 외면하고 있다.
민노총은 스스로를 노동자 권리를 옹호하는 세력으로 포장하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중심인 민노총은 높은 임금과 복지 혜택을 누리면서 기득권 세력화한 지 오래다. 민노총의 최대 세력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말 조합원들의 임금 인상에만 목을 매면서 옆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동료의 정규직 고용 기회마저 걷어찼다. 민노총이 주장해온 ‘비정규직과의 연대’가 사회적인 명분을 지키기 위한 ‘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강성 노조의 영향으로 기업의 해외 탈출이 이어졌던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가을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노동개혁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새로운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의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은 9일 임직원 1300명을 명예퇴직 형태로 내보내고, 그 대신 줄어드는 인원만큼 젊은 인력을 충원했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젊은 직원을 새로 뽑아 전체 고용 규모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마크롱의 노동개혁도 쉽지 않았지만 개별 노조단체를 만나 수백 시간의 마라톤회의를 열면서 불합리한 노동법을 뜯어고쳤다. 청년일자리 만들기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도 귀족노조에 무한정 끌려다닐 만큼 여유롭지 않다. 민노총이 이번 노사정위의 제안마저 거부한다면 정부로서도 더 이상 기다려줄 명분도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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