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창 아닌 ‘평양 올림픽’ 말 나와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9일 00시 00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2003년 유치 도전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이래 삼수 끝에 온 힘을 기울여 준비해온 지구촌 스포츠 축제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1일 신년사 이후 남북 접촉으로 올림픽 자체보다 북한 참가로 관심이 쏠린 게 사실이다. 더구나 17일 남북 합의에 따라 대형 남북 이벤트들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이러다 평창이 아닌 ‘평양 올림픽’이 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개막에 앞서 예정된 남북 이벤트들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북한이 이에 편승해 선전전을 벌인다면 외신의 스포트라이트가 평창에서 금강산, 평양으로 분산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개막 전날인 2월 8일 평양에서 인민군 창설 7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한다며 캐나다 등에서 관광객까지 모집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체제 선전장으로 악용할 수 있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어 가선 안 된다.

평창 올림픽에 북한이 파견하는 선수단은 10여 명이지만 응원단 예술단, 총련 응원단까지 합치면 700명 안팎이 될 것이다. 이러니 미국과 일본 등이 올림픽이 북한의 평화 제스처 홍보장이 되는 본말전도를 우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해외에선 발음과 표기가 비슷한 평창과 평양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금강산 문화행사에 대해 일각에선 개막식 전날 대대적인 이벤트를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 통일부가 구상하듯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시 낭송회와 음악회 등의 조용한 문화행사로 치르는 게 바람직하다.

마식령 스키장은 이용료가 1인당 하루에 35달러이고 호텔비는 300달러가량 된다. 우리 선수들이 이를 지불하면 북한에 현금 이전을 금지하는 유엔 제재 위반 소지가 크다. 이런 우려를 어떻게 불식할 것인지 정부가 국민과 국제사회에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금강산 문화행사와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 단일팀 구성 등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수차례 밝힌 구상이다. 이번에도 남측이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실행과정에서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벌어질 경우 그 책임과 부담은 문재인 정부에 돌아갈 것이다.

북핵 도발의 피해 당사국인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제재 위반 논란이 빚어질 경우 대북제재 공조 시스템의 긴장도를 순식간에 허물어뜨릴 수도 있다. 이번 남북 대화는 북한 비핵화 논의의 디딤돌이 될 군사회담을 비롯한 긴장 완화와 이산가족 상봉에 관해선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채 끝났다. 올림픽 때 방한할 북 고위급 대표단을 통해 비핵화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
#평창 겨울올림픽#평양 올림픽#마식령 스키장#남북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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