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뻗어 하늘의 소리를 받들고 뿌리 내려 땅의 소리를 알아채는 나무 그런 나무 아래서 우주를 듣는 그런 사람 그 또한 시인이다.
나무 아래 앉기만 해도 그 사람은 시인이다. 시를 안 써도 시인이다.
연일 미세먼지 속에서 숨을 쉬려니 내 폐가 걱정이고, 남의 폐가 걱정이다. 뿌연 공기 마시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미안함과 죄책감까지 몰려든다. 비닐봉지 덜 쓰고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해도, 지구가 나빠지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는 여전히 더 나은 세계를 희망하며 노력하지만, 때로는 맥이 탁 풀릴 때가 있다.
어려운 싸움이 지속될 때 우리는 이 세계 말고 좀 다른 세계에 가 있고 싶다.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잠시 쉬었다 오고 싶다. 흐린 현실과 달리 맑은 곳은 대체 어디 있을까. 시 속에는 있다. 여기 최명길 시인의 시는 얼마나 깨끗하고 청명한가. 그 안에 더러움이란 없다. 오직 조화와 아름다움만이 있다.
시 속에 나무가 한 그루 있고, 나무 아래 한 사람이 있다. 나무는 땅과 하늘의 말을 알아듣고, 사람은 그 나무의 말을 알아듣는다. 지구는 아프지 않고, 나무는 상하지 않고, 사람은 오만하지 않다. 현실과 다른, 그러나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세계가 여기 아롱져있다. 맑은 세계를 상상하면서 시를 읽으니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만 같다.
최명길 시인은 부처 같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강원도에는 참 좋은 시인이 많이 사는데, 최명길 시인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시인은 물 좋고 산 좋은 곳에서 좋은 시, 깨끗한 시를 쓰고 살았다. 충분히 맑으면서도 더 맑지 못해 아쉬워하고, 지금도 투명하면서도 더 깨끗해지려 노력하는, 그런 마음들이 작품에 듬뿍듬뿍 담겨 있었다.
시인의 삶도 그의 작품과 같았다고 들었다. 겸손하고 선했으며, 점잖고 품위 있게 한평생을 일궜다고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추억한다. 분명, 맑은 시는 맑은 마음에서만 나오는가 보다. 언젠가 우리의 마음과 세상도 맑아지기를, 한 맑은 사람의 맑은 시를 읽으면서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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